스포츠조선

90년대 명문 LG, 어쩌다 구단평가 꼴찌가 됐나

기사입력 2012-11-08 14:54 | 최종수정 2012-11-08 17:20

[포토]큰절올리는LG

LG트윈스가 스포츠조선이 집계한 '프로야구단 종합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목표성취도와 마케팅, 인프라, 구단운영, 비전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5개 부문(10점 만점)에서 1위 SK(39점)의 절반도 안되는 17점을 얻는 데 그쳤다. 도대체 왜 1990년대 명문구단 LG가 이토록 박한 평가를 받아야 했을까.

근시안적인 선수단 구성, 목표성취는 도대체 언제?

LG는 첫번째 평가지표인 목표성취도부터 하위권에 머물렀다. 신임 김기태 감독 체제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2002년 준우승 이후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매년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바라봐야만 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다. 이미 8번 실패로 단일팀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탈락의 기록을 세웠는데 어느새 두자릿수로 늘어났다.

그동안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했던 게 가장 큰 문제다. 선수단 관리 및 투자 등으로 평가한 구단운영 부문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LG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의 '큰 손'으로 통했다. 돈을 쓰는데 화끈했다. 하지만 FA잔혹사라는 오명처럼 소득이 없었다. 면밀한 검토를 통해 팀에 꼭 필요한 선수, 팀에 도움이 될 선수를 영입해야 했지만 언제나 이름값부터 찾는 등 '조급함'이 앞섰다.

선수단 구성은 먼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 신인 영입부터 군입대, 트레이드, FA, 그리고 은퇴까지.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LG의 선수단 구성은 근시안적이었다. 구멍이 나면 키워 쓸 생갭단 사서 쓸 생각을 했다. 뒤늦게 내부 육성의 소중함을 느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 하나 내놓지 못했다.

비전 없는 선수단 운영, 총체적 난국

그동안 속은 곪을대로 곪아갔다. 아직도 LG 타선의 주축은 30대 이상 중고참들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 또한 크다. 아직도 젊은 선수들은 '경쟁 세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주전 중 20대 선수는 4년차 오지환 한 명 뿐이다. 결국 비전이란 평가지표에서 재정이 넉넉지 못한 넥센(2점)을 겨우 앞서는 수치를 맛봤다.


LG는 2002년 이후 하위권을 맴돈 탓에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매년 상위 순번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주전 선수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육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사서 쓰다 안되자 2009년부터는 상위 라운드에서 투수만을 지명했지만, 1군에서 존재감을 보인 선수는 채 5명도 되지 않는다.

LG의 2군 구장은 구리에 있다. 잠실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독이 돼 돌아왔다. 'LG는 2군 선수도 스타다'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찬바람 쌩쌩 부는 다른 2군 경기와 달리, LG엔 2군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는 열성적인 팬들이 있다. 선수들은 타성에 젖어 갔다. 눈물젖은 빵을 뜯어먹는 배고픔 대신 팬들의 환호에 안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2군 환경만의 문제도 아니다. 매년 4강 진출 실패가 기정사실화될 때쯤, 감독들은 '리빌딩'이란 미명 하에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오래 볼 수 없었다. 진정한 리빌딩을 하려 했다면,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말 뿐인 리빌딩이었다.

물론 사령탑들마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목을 내놓아야 했다. 단적인 예로 리빌딩을 외치며 5년 계약을 했던 박종훈 감독은 성적 부진이라는 사유로 2년 만에 잘렸다. 모기업 윗선에선 그저 안 되면 자르고, 또다시 돈을 들이는 단순한 생각만 했다. 제대로 된 솔루션은 없었다.

팬들과의 스킨십마저 조심스러워진 홍보·마케팅, 관중동원 3위 맞아?

재밌는 건 구단의 노력과는 별도로 팬들의 열의는 8개 구단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LG는 홈 관중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빅마켓 잠실을 홈으로 쓴다는 이점도 있다. 한지붕 두가족인 두산은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관중동원력을 가진 LG를 부럽게 쳐다보기만 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관중동원력에서도 두산과 LG의 처지가 역전됐다. 매년 '올해는 다르겠지'하던 팬들 역시 지치기 시작했다. 반면 두산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여성팬들이 급증하며 프로야구 흥행 돌풍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두산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렇다할 개선의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몸을 사리기 바빴다. 어차피 구단 운영의 실무를 맡는 부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팬들과 각종 미디어를 상대하는 홍보와 마케팅 부서마저 한껏 몸을 웅크렸다.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마저 의심스러웠다. 팬들과의 스킨십은 점점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에는 팬들 스스로 축제를 열어 소통을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홍보와 마케팅은 구단 성적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성적이 나면 흥을 내기 쉽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구단 안팎의 시선 때문에 모든 걸 조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매년 희망을 안고 야구장을 찾아오는 팬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관중동원 3위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마케팅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프로야구단 종합평가 기사 보기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포토] 마지막 홈경기 LG
프로야구 LG와 SK의 경기가 3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펼치는 LG선수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03/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