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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 넥센 히어로즈 1루수 박병호. 2005년 신인 야수 최고계약금(3억3000만원)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26)는 데뷔 8년 만인 올해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오랜 어둠의 터널을 헤치고 나아가 홈런왕(31개)과 타점왕(105개), 장타율 1위(5할6푼1리)에 '20(홈런)-20(도루)'까지 달성하고 MVP를 차지했다. 지난 8년을 더듬어 보면 사자성어 고진감래(苦盡甘來·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타고난 야구 센스와 성실성, 노력이 지난해 넥센 이적과 맞물려 2012년 박병호를 만들었다.
박병호는 5일 MVP 시상식에서 그랬다. 외야석에서 잠자리채를 다시 보고 싶다고. 이승엽이 일으켰던 9년 전 홈런 신드롬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꿈을 불어넣으느 것이다. 박병호는 "최근 몇 년 간 홈런 30개 정도에서 홈런왕이 결정되고 있는데, 50홈런이 두 명이 나왔던 2003년에 비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며 새로운 목표를 완곡하게 드러냈다.
2005년 12월=프로 첫 시즌을 보낸 박병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을 찾았다. 수상 후보로 참석한 게 아니라 후보에 오른 LG 소속 동료 선수를 축하하고 자리를 채우기 위해 동원(?)된 것이었다. TV로 생중계된 시상식은 화려했다. 그해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 수상자는 김태균.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은 김태균은 "(이)승엽이 형이 있을 때 받았으면 더 기뻤을 것"이라고 의미있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연속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승엽은 2004년 일본으로 떠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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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병호는 정규시즌 MVP 이상으로 골든글러브에 애착이 크다. 정규시즌 후반 MVP 수상에 대해 물으면 "골든글러브에 더 욕심이 간다"고 대답하곤 했다. 박병호에게 골든글러브는 어떤 의미일까. 수비력에 중점을 두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에서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 베스트 선수 선정의 성격이 강하다. 사실 박병호는 "MVP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내 포지션에서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승엽과 김태균이 올해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에서 박병호와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정규시즌 MVP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경우는 딱 두 번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박철순과 1998년 타이론 우즈다. 하지만 1982년에는 수비력에 중점을 둔 골든글러브와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한 베스트 10이 따로 있었다. 1982년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자는 황태환(OB)이었다.
베스트 10이 골든글러브과 합쳐진 1984년 이후 정규시즌 MVP를 받고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선수는 우즈가 유일하다. 전체 1등을 하고도 반에서 1등을 못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시즌이 끝나고 찾아온 짧은 휴식기. 그런데 풀타임 첫 시즌인 올해 133경기 전 게임에 출전한 박병호는 요즘 매일 목동구장으로 출근을 한다. 히어로즈 주전 중에서 요즘 훈련하는 선수는 박병호가 유일할 것 같다. 박병호는 "지난 6월과 7월 체력이 달리는 걸 느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