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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점찍어 놨다."
10구단을 본격 추진중인 KT가 초대 사령탑으로 김 감독을 0순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7일 KT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KT가 10구단 창단에 성공하면 창단 실무작업의 첫 단계로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면서 "김 감독이 초대 지휘봉을 잡게 될 확률은 120%다"라고 말했다.
KT는 6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도-수원시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10구단 창단에 발벗고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석채 회장까지 직접 나서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KT는 앞으로 전북과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10구단 승인을 따내기 위해 전력을 쏟겠다는 방침이고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김 감독에 대한 회사 내부의 평가가 상당히 좋은 것은 사실이다. 신생팀의 특성상 김 감독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전했다.
김성근 일 수밖에 없다
KT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 보면 김 감독을 우선 점찍을 수밖에 없는 정황이 속속 확인된다. 회사내 고위층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김성근 팬'들이 많다. 감독 선임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한 고위층은 김 감독의 외부 초청강연을 거의 빠지지 않고 찾아다니며 들을 정도로 열성적이라고 한다. 김 감독은 지난 4월 서울대 경영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강연듣고 싶은 명사 1위로 뽑히는 등 대학, 관공서, 기업체 등 각계에서 리더십 강연을 틈틈이 하고 있다. KT 총수인 이석채 회장도 김 감독을 무척 선호한다. 지난 2009년 6월 KT-KTF 통합 출범식때 이 회장은 전 임직원을 상대로 출범 연설을 하면서 김 감독을 존경한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김 감독은 이동통신 경쟁사인 SK의 프로야구단 감독으로 몸담고 있었다. 업계 경쟁사의 프로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인데도 이같은 찬사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김 감독에 대한 이 회장의 신임이 두텁고 지금도 변함없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이 회장은 6일 창단 선언에서 "인간이 의지를 갖고 훈련받는다면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 야구수준 떨어뜨리는 팀을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3년전 출범식에서 "김 감독은 상상할 수 없는 강훈련을 시키면서도 긍정적인 조언으로 선수 사기를 올린다"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한다. 더구나 이 회장이 신임하고 있는 프로농구 KT 소닉붐의 전창진 감독도 김 감독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 감독은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일종의 '계모임'을 만들어 김 감독을 찾아뵙고 있다. 전 감독은 "김 감독님을 인생 선배이자 스포츠계 어르신으로서 멘토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도 고양 원더스를 방문하는 등 김 감독은 정치권에서도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KT 의사결정권자의 선호도가 높은 데다 프로농구계 명장 반열에 오른 전 감독의 강력추천이 뒷받침된다면 '김성근'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 김성근일까?
관계자들은 "KT 회사 내부의 신임도 있지만 신생팀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김 감독을 모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9구단 NC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신생팀은 당장 강한 전력을 갖출 수 없다. 이른바 외인구단으로 몇 년간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을 등한시 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약한 자원들은 모아 강하게 조련시켜야 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SK를 강팀으로 올려놨고, 올시즌 독립리그 원더스를 맡아 성공사례를 남겼다. 퓨처스리그에 참가해 5할 승률(19승6무19패)을 기록하며 기존 프로 2군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가 하면 프로팀 입단선수를 무더기로 배출했다. 이 회장이 '강한 명문팀'을 표방한 것에 맞춰 가능한 빠른 시일내 강한 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적격자가 김 감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 감독은 깊은 연륜과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어수선한 신생팀을 추스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사실 KT는 다른 후보들도 검토하고 있지만 '자율 야구' 성향이 강해 카리스마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회장은 야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젊은 시절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할 때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이 됐다. 요즘도 사내 훈시를 할 때 보스턴 선수들을 사례로 든다. 이처럼 야구 애정이 큰 만큼 성적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고 한다. 강한 훈련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조련술을 김 감독이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아직 KT가 김 감독에게 정식 제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 감독이 프로야구 복귀를 선택할지, 2014년까지 재계약한 원더스가 놓아줄지 변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 9월 한화 감독설이 나왔을 때 복귀의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원더스의 허 민 구단주도 김 감독과의 돈독한 관계를 고려할 때 그의 앞길을 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