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고착화, 프로야구 흥행 ‘빨간불’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05 11:34 | 최종수정 2012-11-05 14:37


삼성 선수들이 2012 팔도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 와이번스를 7대0으로 눌러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 프로야구는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 2연패로 귀결되었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은 페넌트레이스에서만 사상 최초로 7백만 명을 돌파해 1982년 출범 이후 가장 뜨거운 시즌을 보냈습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O가 설정한 목표가 달성된 것입니다. 프로야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를 넘어 국민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프로야구 흥행은 전반기에 비해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잦은 우천 취소를 야기한 불순한 날씨, 해외 복귀 선수들의 부진 등 다양한 요인들을 꼽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4강이 일찌감치 고착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한화는 개막 2연전 전패로 시작해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LG는 6월 중순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다 봉중근이 이탈하자 추락해 다시는 회생하지 못했습니다. 넥센은 시즌 초반 2위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얇은 선수층으로는 장기 레이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락했습니다. KIA는 부상 선수 속출과 타선 침묵으로 감독 교체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후반기 이후 하위 4팀이 고정되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상위 4팀이 사실상 확정되자 팬들의 관심은 시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새로운 한화 사령탑 김응용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취임식에 참석한 선수들이 밝게 웃고 있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문제는 순위 고착화가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올 시즌 6위 넥센, 7위 LG, 8위 한화는 단골 하위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LG는 2002년 준우승 이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넥센은 현대 시절이었던 2006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이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는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한화도 2007년 3위 이후 가을 야구에서 소외되었습니다.

따라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5년 동안은 삼성, SK, 롯데, 두산, KIA 5개 팀 중 4개 팀이 4강 티켓을 분배하는 구조였습니다. 최근에는 3년 연속으로 삼성과 SK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우승과 준우승을 나눴습니다. '공은 둥글다'라는 말처럼 야구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을 '의외성'이라고 하면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의외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한마디로 뻔했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매년 하위권을 반복해서 전전하는 팀들에게 있습니다. LG는 거의 매년 팀 내에 불미스런 일이 불거졌으며 넥센은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해 전력 약화를 자초했고 한화는 투자에 인색했습니다. 넥센과 한화는 올 시즌 막판 감독을 교체했지만 과연 4강을 위협할 만큼의 두터운 선수층을 올 스토브리그에서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LG 역시 내년을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내년 시즌에는 제9구단 NC가 1군에 가세합니다. 하지만 NC의 전력 역시 당장 4강을 넘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주류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하위 팀들에 NC까지 포함해 프로야구의 순위 고착화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의 흥행은 물론 발전을 위해서라도 하위권 팀들의 분발이 절실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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