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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복귀선언' 이승엽, 제3회 WBC 전망이 밝아졌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11-02 11:45


삼성과 SK의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2사 만루 삼성 이승엽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3타점 3루타를 치고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1.01/

"이제는 불러만 주신다면 영광으로 여기겠습니다."

두 번 다시 그의 가슴에 빛나는 태극마크를 볼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 그에 앞서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세월은 가끔씩 불가능해보이는 일도 가능하게 만들곤 한다. 삼성 이승엽이 다시 국내 무대로 돌아와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가운 '기적'이 일어났다. 4년 전 겨울, 사실상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이승엽이 다시 태극마크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내년초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가슴에 태극기를 단 이승엽의 모습을 다시 보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승엽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SK를 꺾고 2012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71표 중 47표를 얻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연한 결과다. 이승엽은 이번 한국시리즈 기간에 총 6경기에서 23타수 8안타(1홈런)로 타율 3할4푼8리를 기록했고, 7타점을 쓸어담았다. 특히 시리즈 1차전에서 1회 선제결승 2점포를 날려 10년만에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더니 마지막 6차전에서도 4-0이던 4회초 2사 만루 때 승리에 쐐기를 박는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날렸다.

이승엽은 올해에 대해 "야구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한 시즌이다.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가 국내 무대로 돌아오며 세운 목표는 온전하게 달성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또 다른 목표를 찾아야 할 때다. 이승엽은 이것을 '대표팀에서의 헌신'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MVP인터뷰를 통해 "불러만 주신다면,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한 (대표팀에서) 뛰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미 이승엽은 2008년 말 제2회 WBC 참가 요청을 고사하며 사실상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었다. 1루수 포지션의 인원이 워낙 제한적이어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물려주고 싶다는 뜻도 있었지만, 워낙에 당시 이승엽이 처한 상황이 대표팀까지 신경쓸 수 없게 했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구단 요미우리의 유니폼을 입고 3년이 지나면서 점점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여러 부상도 계속 발목을 잡고 있었다. 게다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느라 시즌 중반에 한참 팀을 떠나있기도 했다. 또 대표팀 합류를 소속팀에 통보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국민들은 모두 이해했다. 이승엽이 그간 대표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줬는지, 그리고 당시 요미우리 내에서 어떤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를 다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팀 은퇴'를 시사한 이승엽의 말에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이승엽이 다시 태극마크를 반갑게 원하고 있다. 국내 무대로 돌아오면서 그를 괴롭혔던 심리적 압박감이 사라졌고, 700만 관중의 뜨거운 성원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시 한번, 대표팀의 이승엽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이런 이승엽으로 인해 그간 회색빛이었던 제3회 WBC의 전망에도 한줄기 빛이 내렸다. 각각 4강과 준우승의 기적을 이뤄냈던 1, 2회 WBC에 비해 이번 3회 WBC는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무엇보다 투수력이 앞서와는 달리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이 가세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선의 무게감이 한층 강화돼 상대적으로 약해진 투수력을 커버할 수 있다. 그리고 이승엽의 '맏형 리더십'이 대표팀에 미칠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여러모로 이승엽의 WBC합류는 매우 큰 호재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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