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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펜의 핵 안지만(29)은 야구판에서 '힙합전사'로 통한다. 야구 모자를 힙합 가수들 처럼 모자챙을 굳히지 않은 채 삐딱하게 쓰고 마운드에 오른다. 안지만 처럼 야구모를 착용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안지만 28일 스리런 홈런을 맞았던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짜릿한 복수극 드라마를 썼다.
그는 배짱이 두둑했다. 또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SK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오승환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고 묵직한 직구와 각도가 예리한 슬라이더,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공끝에 힘이 실리고 가운데로 몰리지 않았다. 연속 안타를 맞고 허무하게 무너졌던 힙합전사의 모습을 온데간데 없었다.
그는 2002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2차 드래프트 5라운드 40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입단계약금은 5000만원. 성장 잠재력은 있었지만 10년 만에 이렇게 삼성의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커줄 거라고 판단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김응용 감독(현 한화 감독), 선동열 감독(현 KIA 감독) 그리고 류중일 삼성 감독을 거치면서 야구판의 힙합 청년으로 성장, 그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