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힙합전사' 안지만, 짜릿한 복수극, 또 쳐봐라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1-01 07:03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1사 1,2루서 SK 박진만을 삼진 처리한 삼성 안지만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2.10.31.

삼성 불펜의 핵 안지만(29)은 야구판에서 '힙합전사'로 통한다. 야구 모자를 힙합 가수들 처럼 모자챙을 굳히지 않은 채 삐딱하게 쓰고 마운드에 오른다. 안지만 처럼 야구모를 착용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야구모만 그렇지 않다. 그가 야구를 대하는 자세는 '쿨'하다. 배짱이 흘러 넘친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항상 밝다. SK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28일)에선 7-5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맞고도 내려와서 팀 후배에게 내뱉은 말이 놀라웠다. "멋있냐." 보통의 선수라며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화 또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코멘트에 팀 후배 좌완 차우찬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안지만은 한해 농사의 수확물을 거두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대량 실점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다.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팀 덕아웃 분위기를 위해 애써 태연한 척 했다.

그랬던 안지만은 3일 뒤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SK 타자들의 코를 납짝하게 해줬다. 7회 2-1 초박빙 리드 상황, 무사 주자 1,2루에 등판해 김강민 박진만을 연속 삼진으로, 대타 이재원을 내야 땅볼로 막아, 불을 껐다. 8회엔 임 훈과 정근우를 범타로 잡은 뒤 마무리 오승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⅔이닝 무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했다.

안지만 28일 스리런 홈런을 맞았던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짜릿한 복수극 드라마를 썼다.

그는 배짱이 두둑했다. 또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SK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오승환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고 묵직한 직구와 각도가 예리한 슬라이더,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공끝에 힘이 실리고 가운데로 몰리지 않았다. 연속 안타를 맞고 허무하게 무너졌던 힙합전사의 모습을 온데간데 없었다.

안지만은 오른 팔꿈치에는 미세한 뼈조각이 돌아다니고 있다. 통증이 있지만 통증완화 주사를 맞아가면서 버티고 있다. 이번 페넌트레이스 도중 이 때문에 2군에 내려갔다가 몸을 추스리고 올라왔다. 이번 시리즈를 마치고 겨울에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그는 2002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2차 드래프트 5라운드 40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입단계약금은 5000만원. 성장 잠재력은 있었지만 10년 만에 이렇게 삼성의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커줄 거라고 판단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김응용 감독(현 한화 감독), 선동열 감독(현 KIA 감독) 그리고 류중일 삼성 감독을 거치면서 야구판의 힙합 청년으로 성장, 그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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