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포스트시즌이다. 기자들도 흥분된다. 기자이기 이전에 가장 가까이서 보는 야구팬이다. 피끓는 현장, 잠시 이성을 내려놓은들 어떨까. 철저히 팬의 눈으로 쓰는 관전평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형평성 없이 어떻게 이런 기사가…'하고 지레 분개할 필요는 없다. 철저히 편파적인 관전평은 양팀 입장에서 각각 나간다. 이제부터 기자와 손 맞잡고 함께 씹고 뜯어 보자. 팬과 공감하는 편파 해설, 용감한 관전평이다. <편집자주>
<SK편에서>
삼성에게 3차전 대패가 충격이 컸나보다. 2승1패로 아직 1승을 앞서고 있는데도 너무 조급해 보였다. 역시 이승엽의 주루미스가 패전의 원인이 됐다. 삼성은 전날 크게 패해 선취점이 절실했다. 1회초 1사 2루의 찬스가 무산되며 삼성은 더욱 조급하게 됐고, 4회초 무사 1,2루서 최형우의 우익수 플라이 때 2루주자 이승엽이 판단 미스로 3루까지 달렸다가 더블 아웃되며 찬스가 날아갔다. 이승엽이 그 안타로 홈을 뛸 수도 없었을텐데도 3루로 뛴 것은 그만큼 의욕이 앞섰다는 것이다. SK의 상징이 김광현이라면 이승엽은 삼성의 상징이다. 이승엽의 미스 플레이가 삼성 선수단에 주는 여파는 너무도 크다. 어린 선수가 실수를 할 땐 그럴수 있다고 하지만 베테랑이 실수를 할 땐 팀 전체가 흔들린다.
이제 류중일 감독도 초조하게 됐다.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하는 아찔한 순간이 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선수단 전체에 암울한 분위기를 던지게 된다. 류 감독에게 달라진 SK를 누를 비책이 있을까.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삼성편에서)
SK가 2연승을 하면서 이제 원점(2승2패)으로 돌아왔다. 잠깐 좋아할 수는 있다. 하지만 SK는 너무 좋아할 필요없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SK는 상승 분위기를 탔다 하지만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지금부터 피로를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SK는 지금까지 플레이오프부터 총 9경기를 했다. 롯데와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다. 그리고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SK는 2패 뒤 2연승을 했지만 에너지 소모가 심했다. 선발 윤희상이 완투패했다. 마리오와 부시는 기대이하의 피칭으로 불안감을 주었다. 김광현이 4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됐지만 언제라도 흔들릴 수 있다.
SK의 타격감도 4차전에서 홈런 2방을 쳤지만 매우 좋다고 속단하기 어렵다. 3차전에서 장단 17안타 12득점을 올린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SK 타자들은 자신감있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지만 다소 성급한 면이 보인다. 특히 최고의 타격감을 보였던 1번 타자 정근우의 방망이가 한풀 꺾였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기 시작하면 슬럼프가 올 때가 있다. 정근우의 타격감이 무뎌질 경우 SK는 찬스를 만들기 힘들어진다. SK는 4차전에서 3회 박재상의 홈런이 터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정도로 경기 초반 타선이 침묵했다. 5번 타자 박정권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만수 감독이 계속 기회를 주고 있지만 박정권은 공격의 흐름을 자주 끊고 있다. 7회 2루타를 쳤지만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은 이제 4경기를 했을 뿐이다.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여전히 삼성은 투타 기본 실력에서 SK에 앞선다. 특히 앞으로도 선발 경쟁에서 삼성이 SK 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 삼성 선수들은 이제 몸이 풀렸다고 봐야 한다. 또 2연패로 독기가 올랐을 것이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