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맞아죽을-때려죽일 각오의 야구 흥미롭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0-28 18:21


2012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삼성 박한이가 SK 박정배의 투구를 몸에 맞으며 화를 내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0.28/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에는 숨은 묘미가 있다.

이른바 '맞아죽을 각오, 때려죽일 각오로 하는 야구'다.

맞아죽을 각오로 몸을 던지는 쪽은 삼성이고, 맞을테면 맞아봐라 그래도 몸쪽이다를 외치는 쪽은 SK다.

대망의 한국시리즈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고 싶다는 절실함이 묻어나는 양팀의 사생결단인 것이다.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3차전은 사생결단 야구의 정수였다.

3차전까지 진행된 올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사구(몸에 맞는 볼)는 모두 5개가 나왔다. 모두 삼성의 차지다.

24일 1차전에서는 박석민이 6회 SK 선발 윤희상으로부터 사구를 뽑아냈고, 25일 2차전서는 배영섭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매 경기 사구를 뽑아낸 삼성은 3차전에 들어와서는 무려 3개의 사구에 몸을 던졌다. 배영섭이 2개를 추가하며 사구 전문가가 됐고, 박한이도 이날 사구 행렬에 동참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한 팀 최다 사구 기록은 1993년 7차전의 해태(대 삼성)와 2011년 1차전의 삼성(대 SK)이 세운 것으로 4개였다.

역대 최다 기록에 버금가는 사구 신경전이 이날 3차전에서 펼쳐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1년 1차전과 마찬가지로 SK를 상대로 맞아죽을 각오의 야구를 구사했다.

다분히 전략적이다. SK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몸쪽 승부를 가장 잘하는 팀으로 꼽힌다. 채병용과 박정배 등 투수진 대부분이 과감하고 줄기차게 몸쪽 공을 던지며 상대 타자를 위협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도 그럴것이 SK의 몸쪽 승부는 지난 22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톡톡히 효과를 봤다. 당시 SK는 믿었던 선발 김광현이 2회 3실점을 하면서 패색이 짙었다. 그러자 이만수 SK 감독은 긴급히 채병용을 마운드에 올렸고, 2회말 2, 3루 득점찬스에서는 정상호 대신 조인성을 대타로 넣는 카드를 던졌다.

조인성의 대타 작전은 대박이었다. 조인성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역전의 발판을 놓은 것이다. 조인성 효과는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조인성-채병용의 조합은 롯데 타자들의 성향을 역이용해 몸쪽 승부에 초점을 맞춘 포수와 몸쪽 승부를 좋아하는 투수의 만남이었다.

결국 배터리의 환상 호흡 덕분에 극적인 승리를 챙긴 이 감독은 "채병용의 최고 장점은 몸쪽 공을 잘 던진다는 것이다. 조인성에게는 몸쪽 승부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잘해줬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같은 SK의 특성을 삼성이 모를 리가 없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맞아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지난 1차전에서 박석민이 2-1로 앞선 6회 사구에 맞은 이후 추가득점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석민의 사구로 인해 2사 만루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탈출한 SK 선발 윤희상은 평정심을 잃은 나머지 7회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에 이은 적시타로 쐐기점을 내주고 말았다.

2차전에서도 삼성의 적극적인 사구 유도작전에 시달린 SK는 그래도 몸쪽 공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구 들이대는 삼성에 맞서 접촉사고가 속출하더라도 물러 설 수 없었다.

급기야 3차전에서 폭발 직전의 상황이 연출됐다. 3회 배영섭의 사구로 만루 위기에 몰린 SK는 이번에도 몸쪽 전문가 채병용을 올렸지만 밀어내기 동점에 이은 이승엽의 2타점 적시타와 최형우의 스리런포에 당하고 말았다.

황급히 세번째 투수 박정배로 바꾼 SK는 4회 배영섭을 또 맞히며 기싸움을 벌였고 5회 박한이마저 오른쪽 허벅지를 맞혔다.

여기서 양팀은 폭발 직전까지 갔다. 박한이가 박정배를 노려보며

대치 상황을 연출하자 삼성 덕아웃은 이승엽을 필두로 뛰쳐나올 태세였다.

그러자 SK 선수들도 출격 태세를 갖추며 벤치클리어링 직전 상황까지 연출된 것이다. 최규순 주심이 재빠르게 박한이를 진정시키고 박정배에게 주의를 주면서 진정됐기 망정이지 한바탕 충돌을 구경할 뻔했다.

어차피 한국시리즈라는 최후의 단기전은 양쪽 모두 양보를 허용할 수 없는 승부다. "던져봐라 맞아줄게", "그래 맞아바라 또 던질게"라고 맞서는 두 팀의 신경전이 있기에 보는 재미도 높아진다.

한편, 삼성과 SK는 29일 문학구장에서 탈보트와 김광현을 각각 선발 투수로 앞세워 4차전 승부를 펼친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