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롯데와 두산이 맞붙은 준플레이오프에 비해 SK가 나오니 긴장감은 확 떨어졌다. 경기가 그저 밋밋하게 끝나버렸다. 흡사 페넌트레이스 한 경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건 바꿔 말하면 SK가 롯데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우여곡절' 없이 깔끔한 야구를 한다는 뜻이다. 롯데가 못했다기 보다 SK가 너무 완벽했다. 못해서 진 게 아니니 2차전은 롯데로서도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1차전에서 SK 팬이 확인한 여유와 롯데 팬이 품은 오기가 기자들의 입을 통해 대신 발산됐다. <편집자주>
롯데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롯데는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오히려 극강이라던 SK를 상대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던 경기였다. SK가 강해서 진 경기가 아니었다. 힘대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운이 나빠 졌다고 하는 것이 가장 알맞는 표현일 것이다.
롯데의 추격 흐름을 끊은 구심의 판정도 아쉬웠다. 2회 선취점을 내준 롯데는 3회초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2사에 김주찬이 안타로 출루했다. 타석에는 조성환. 구심은 볼카운트 1B2S 상황서 김광현이 던진 몸쪽 직구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중계 화면을 통해 본 마지막 공은 홈플레이트에서 한참을 벗어났다. 심지어 낮기까지 했다. 그 순간 도루를 시도했던 김주찬은 타이밍상 100% 세이프. 1, 2회 전력투구를 한 뒤 3회부터 구위가 떨어지던 김광현이 주자 2루 위기에 몰렸다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조성환 뒤,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냈던 손아섭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김광현의 압박감은 더해졌을 것이다. 베테랑 조성환이 오랫동안 덕아웃에 들어가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며 아쉬워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SK는 노장 유격수 박진만에게 감사해야 할 듯. 그나마 박진만이 몸을 날려 박준서의 직선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승리는 롯데 것이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롯데에게 박수를 보낸다. SK와 1점차 접전을 벌일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롯데 선수들도 1차전을 하면서 느꼈을 것이다. SK가 얼마나 높은 산인지….
SK의 무서움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SK는 공격-수비-주루 어느 것 하나 나무랄데 없는 퍼펙트 경기를 펼쳤다. 반면 롯데는 준PO에서 본대로 PO에서도 세밀함이 떨어졌다.
6회초를 보자. 손아섭이 2루타를 치면서 1-1이 되고 홍성흔의 안타가 나올 때만 해도 롯데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곧 대타 박준서가 유격수쪽으로 안타성 타구를 날렸을 때 SK와 롯데의 실력차가 확 드러났다.
박준서의 유격수쪽 타구가 만약 그라운드에 떨어졌다면 분명 내야안타가 되거나 좌익수에게 굴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SK 유격수 박진만이 끝까지 쫓아가 몸을 날려 노바운드로 잡아냈다. 수비 잘하는 SK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귀루해야 할 1루주자 홍성흔은 그때 2루에 있었다. 풀카운트였기 때문에 홍성흔은 SK 선발 김광현이 투구를 하는 순간 바로 2루로 달렸다. 타격을 했을 때 타구 방향을 보고 노바운드 캐치를 고려해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홍성흔은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2루로 뛰었고 결과는 여유있는 병살이었다.
7회초도 마찬가지. 무사 1루의 동점 찬스에서 황재균이 보내기번트를 시도했다가 타구가 너무 짧아 포수 정상호에게 곧바로 잡히면서 1루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다. 황재균은 타격자세를 취했다가 기습번트 스타일로 번트를 댔다. 타구 방향을 조절하지 못했다. 이런 게 바로 세밀한 기술의 차이다. 롯데는 준PO 승리의 기세를 살리지 못했고 SK의 흐름에 따라다니는 데 급급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