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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먼의 직구는 이날 정규시즌보다 4㎞ 정도 덜 나왔다. 최고가 145㎞였고, 평균 142㎞에 그쳤다. 시즌 막판 보름간 실전에 나서지 못한 탓에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힘보다는 제구력과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선보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최 정, 이호준과의 대결에서는 코너워크 위주로 '역'의 볼배합을 가져갔다.
0-0이던 1회말 2사후 유먼은 최 정을 130㎞짜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풀카운트에서 7구째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최 정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직구에 강한 최 정이 풀카운트까지 가는 과정에서 5개의 직구를 던진 유먼의 볼배합에 당한 것이다. 직구를 노리고 있다 체인지업에 밸런스가 무너지며 힘없이 방망이가 돌아갔다.
첫 대결에서의 학습효과 덕분이었을까. 유먼은 3회 2사 1,3루 위기에서 두 거포를 상대로 허를 찌르는 볼배합을 가져갔다. 1회 삼진 처리한 최 정에게는 철저한 코너워크 피칭으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정규시즌서 26홈런을 친 최 정을 상대로는 다분히 1루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1회 홈런을 허용한 이호준에게는 신중한 승부를 펼쳐야 했다.
이호준을 상대로는 초구부터 4구까지 모두 변화구를 던졌다. 구속은 127~131㎞까지 형성됐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번갈아 구사했다. 그리고 승부구는 143㎞짜리 높은 직구였다. 변화구에 익숙해져버린 이호준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간 후 직구를 던져 승부를 본 것이다. 유먼은 6회 최 정과의 세 번째 대결에서 직구로 중견수플라이를 잡아낸 뒤 마운드를 김사율에게 넘겼다.
유먼은 비록 정규시즌서 당했던 이호준에게 홈런을 또 허용했지만, 5⅓이닝 5안타 2실점으로 제몫을 한 셈이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