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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에서는 첫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올해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를 포함해 역대 79번의 포스트시즌 승부에서 1차전 승리팀이 최종 시리즈를 가져간 것은 63번으로 비율로는 79.7%에 이른다. 이 비율은 준플레이오프 86.4%, 플레이오프 75.0%, 한국시리즈 79.3%다. 예를 들어 5전3선승제의 시리즈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시리즈를 가져갈 확률은 통계학적 방법으로 계산하면 68.8%이다. 실제 포스트시즌에서 일어난 확률이 이보다 10.5%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이것은 결국 1차전 승리팀에게는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승리 요소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사기가 올랐다거나 상대의 기가 꺾였다는 사실이 '10.5%포인트'를 설명해주는 요소들이 될 것이다. 기선제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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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경우는 어떨까. 이만수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결정했다. 이 감독은 15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포스트시즌 하면 김광현이기 때문에 성 준 코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탁했다"고 밝혔다. 물론 김광현은 오랫동안 SK의 에이스로 활약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부상과 부진 때문에 로테이션에 늦게 합류했고 성적도 8승5패, 평균자책점 4.30에 그쳤다. 정규시즌 마지막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지만, 포스트시즌 1선발 후보는 아니었다. 오히려 풀타임 선발로 뛰며 10승에 평균자책점 3.36을 올린 윤희상이나 외국인 투수 마리오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이 감독은 김광현의 포스트시즌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김광현은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부터 포스트시즌 통산 10경기에 등판해 2승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했다. 김광현은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서 그해 22승을 올린 리오스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투수가 된 바 있고, 2010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는 마지막 이닝까지 책임지며 세이브를 따낸 경험이 있다.
감독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 결정에 있어 다른 원칙과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포스트시즌 첫 관문을 통과한 뒤 다음 시리즈에서는 1차전 선발을 정하는데 있어 로테이션 순서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