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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쉽게 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악몽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계속 반복되는 무한 루프. 그 악순환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이번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성환의 '악몽'은 1차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주루에까지 걸쳐 총체적 난조다. 1차전에서는 수비에서 무너졌다. 3-0으로 앞선 5회말 수비때였다. 두산 선두타자 임재철의 땅볼 타구를 어이없이 놓쳤다. 이어 3-1이 된 무사 1루 때는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성 타구 처리를 제대로 못했다. 유격수 문규현이 토스해준 공을 받아 2루 베이스를 밟은 조성환은 1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타자주자는 2루까지 내달렸다. 결국 이로 인해 롯데는 동점을 허용하고 만다.
2차전에서는 '공격'이 말을 듣지 않았다. 1-1 동점이 된 7회초 1사 만루의 황금찬스에서 조성환에게 타격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조성환은 두산의 필승계투인 홍상삼을 상대로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치고 만다. 운도 따르지 않았지만, 베테랑답지 않은 타격임에는 분명했다.
그러나 조성환에게는 또 다른 악몽의 연속일 뿐이었다. 이날 1회초 3점을 내준 롯데는 1회말 공격에서 1사 후 조성환의 중전안타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그리고 후속 손아섭의 좌전 2루타와 홍성흔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얻는다. 뒤지던 경기 초반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조성환의 악몽은 끝나고 다시 베테랑의 본색이 나타나는 듯 했다.
그런데 5번 박종윤의 우익수 플라이 때 어이없는 주루 본헤드 플레이가 조성환의 발에서 쏟아졌다. 박종윤의 타구가 안타성으로 보였지만, 두산 우익수 민병헌의 위치가 좋았다. 이를 봤다면 3루 베이스를 딱 지키고 태그업 플레이를 노렸어야 했지만, 조성환의 무슨 이유에선지 베이스에서 3~4m는 벗어나 스킵동작을 하다 공이 잡힌 후 뒤늦게 귀루해 홈으로 태그업을 한다.
결국 조성환은 홈에서 태그 아웃 당했다. 그것도 두산 포수 양의지가 한참 기다렸다 태그를 할 만큼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이로 인해 롯데는 추격의 기회를 놓치며 결국 3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이러한 조성환의 총체적 난조가 계속된다면 롯데의 포스트시즌은 올해도 우울할 수 밖에 없다. '무한 신뢰'도 좋지만, 선수와 팀을 위해 때로는 한 박자 쉬는 것도 미덕이다. 조성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할 수 있어'라는 믿음보다는 '한번 쉬고, 차갑게 머리를 식히자'와 같은 휴식의 결단이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