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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원(27)은 우등생 스타일은 아니다. 2003년 2차 9라운드 72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야구자 잘 안 되는 날은 방망이를 그라운드에 내리 친다. 자책하면서 욕설도 내뱉는다. 대신 상대팀에 큰 부담이 되는 껄끄러운 선수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상대팀 입장에선 얄미울 때가 자주 있다. 먼저 타석에서 투수를 괴롭게 만든다. 선구안이 좋다. 그래서 많은 공을 던지게 만든다. 최근엔 커트 능력도 좋아졌다. 또 갑자기 기습 번트 동작을 취한다. 특히 3루수를 긴장시킨다. 볼카운트 스리볼에서도 번트 동작을 취해 와인드업을 시작한 투수의 밸런스를 깨트리기도 한다. 그래서 볼넷을 얻어내는 경우도 있다.
1루로 출루한 오재원은 더 골칫거리다. 상대 배터리와 1루수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항상 2루를 훔칠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 그러니 투수가 오재원의 도루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투수가 주자에 신경을 쓰면 당연히 타자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실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사 1루 상황에서 박종윤이 친 중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잡아 믿기지 않는 글러브 토스로 병살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오재원의 그 플레이가 자칫 롯데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경기 분위기를 막았다.
호수비를 하고 난 다음엔 타석에서 좋은 기운이 감돌게 돼 있다. 오재원은 7회 2타점 3루타까지 쳐 두산의 7대2 승리를 이끌었다.
오재원은 3차전 MVP다. 그가 이 기운을 그대로 몰아간다면 롯데는 더 괴로울 수 있다. 롯데는 어떤식으로 든 오재원의 기를 꺾어놓아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