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양의지의 영리한 슬라이딩, 롯데를 흔들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0-08 22:25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두산이 처음부터 분위기를 잡고 나간 경기였다. 포스트시즌 경험에서 롯데에 밀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완벽하게 깬 경기였다. 이런저런 예를 들 필요도 없다. 포수 양의지의 영리한 베이스러닝 하나가 롯데 수비진을 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두산이 1-3으로 뒤진 5회말 무사 1루. 9번 김재호가 3루수 땅볼을 쳤다. 롯데로서는 당연히 더블플레이로 연결시켜야 하는 상황. 그러나 3루수 황재균의 송구를 받은 롯데 2루수 조성환이 1루주자 양의지를 포스아웃시킨 뒤 1루로 던진 공이 1루수 박종윤의 키를 한참 벗어나는 악송구가 됐다.

여기에서 양의지의 슬라이딩 동작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조성환같은 베테랑의 1루 송구를 최대한 어렵게 만들려는 노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미 포스아웃 판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 양의지는 2루를 오른발로 찍고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1루로 송구 동작을 취한 조성환을 교묘하게 방해했다. 공중으로 몸을 날리려던 조성환의 하체가 슬라이딩을 한 양의지의 왼쪽 발에 살짝 걸린 것이다. 이는 3피트 주루라인을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진 슬라이딩이기 때문에 롯데측이나 심판원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제 겨우 풀타임 3년째를 맞는 양의지의 영리한 플레이 하나에 결과적으로 롯데 베테랑들이 흔들린 셈이 됐다.

양의지 외에 또 한 명 칭찬하고 싶은 선수는 선발 니퍼트다. 평소와 달리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면서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4회 롯데 타자들이 유인구에 속지 않아 한꺼번에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3실점한 니퍼트는 이후 추가 실점을 막았다. 롯데 선발 송승준이 5회말 니퍼트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4점을 내준 뒤 강판당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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