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감독, 칠순에 진짜 시험대 올랐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10-08 18:42


"(선)동~열이도 없고, (이)종~범이도 없고."

김응용 감독이 해태 시절 팀의 대들보였던 선동열 이종범이 모두 떠나 팀 전력이 급속도로 약해지자 안타까운 마음에 혼잣말처럼 내뱉었다는 이 한마디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유행어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후 트레이드 혹은 부상으로 인해 주전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 어려움을 겪을 때면 어김없이 '응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들이 떠난 후에도 해태 멤버는 여전히 강했다.

엄밀히 말하면 김응용 감독은 해태 삼성을 거치면서 '선수복'을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한화는 다르다. 내년에도 역시 선수구성으로 본 객관적인 전력은 하위권이다. 한화를 맡은 2013시즌이야말로 김 감독이 칠순을 넘겨 맞이한 진짜 시험대라 할 수 있다.

칠순, 제2의 시험대에 오르다

'한국시리즈 10번 우승'과 '22년간의 현역 감독'은 김 감독 최고의 업적이자, 향후에도 좀처럼 달성되기 힘든 대기록이다.

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바로 이듬해부터 해태 사령탑에 올라 2000년까지 18년간 9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김 감독은 2000시즌이 끝난 후 삼성으로 이적, 2년만인 2002년 한국시리즈 제패에 한이 맺혔던 삼성에 우승컵을 안겼다.

김 감독은 늘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였다. 사령탑 데뷔해인 83년, 첫 우승을 달성했을 당시 김봉연 김성한 김준환 김종모 등 특유의 막강타선을 보유하고 있었고 86년 3년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을 때는 '국보투수' 선동열과 신예 김정수가 버티고 있었다. 88년에는 초고교급 투수 문희수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합류한 이종범도 해태 전성기를 함께 이끌었다.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 등 사상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를 보유했던 삼성 감독 시절에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한화에서 맞설 현실은 냉혹하다. 김태균 류현진 박찬호 정도만이 이름값이 높을 뿐 다른 주전 선수들의 기량은 경쟁팀에 뒤진다. 다섯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지 못하며 선수단에 퍼져있는 패배감도 무시할 수 없다. 가능성은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선수들도 많다.


김 감독의 지도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예전 삼성이나 최근 LG처럼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고도 제대로 성적을 못 올린 팀도 허다하다. 반면 김 감독은 이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성적으로 말했다. 한화가 김 감독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바로 이 것이다.

스타일이 변할까?

현역 감독 시절, '서슬퍼런 카리스마'는 김 감독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문구였다.

불같은 성미를 참지못해 심판에 거칠게 항의하다 밥먹듯 퇴장당하고, 선수들에게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덕아웃 의자를 발로 차거나 방망이를 집어던지는 등 특유의 살벌한 '퍼포먼스'로 선수단 군기를 잡았다.

후에 고참 선수들과의 알력이 발생, 한대화 장채근 이순철 등이 팀을 떠나게 됐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 신예 선수들을 적절히 기용해 베테랑들을 견제하고 길들이는 '신경전'에도 능했다. 그랬기에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해태와 삼성을 거치면서 큰 잡음없이 한국시리즈 10번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따라서 김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김 감독의 현역 시절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한 야구인은 "세월이 지났지만 김 감독의 지도 철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강성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이나 연륜은 무시할 수 없다. 또 김 감독은 2004년 현장을 떠난 후 6년간 삼성 구단 사장을 역임하며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몸소 경험했다. 마음대로 선수를 쥐락펴락하던 감독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경영자 마인드는 김 감독을 상당히 변화시켰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금 한화의 주전 선수들은 아들뻘 혹은 신예들의 경우 손자뻘까지 된다. 예전처럼 초강성 이미지를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근거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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