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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로 고민중이다."
박찬호는 인터뷰 내내 기침을 연발했다. 최근 지독한 감기몸살에 고생하는 중이었다. 이날 등판을 위해 전날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다고 했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데도, 이날 등판을 강행한 것은 팬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박찬호는 "시즌이 끝나기 전에 1이닝이라도 마운드에 선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오늘 예상밖으로 길게 던질 수 있어서 승패를 떠나 만족한다"고 했다.
사실 박찬호는 이날 3이닝 정도만 소화할 예정이었다. 6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송진우 투수코치가 두 차례 마운드에 올라갔다. 박찬호도 교체를 각오하고 있었다.
박찬호는 "간이 불펜 피칭을 2번밖에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발 등판 것이라 연습삼아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마운드에 서니 승부욕이 생기고, 벤치에서도 적극 밀어주길래 무리를 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올시즌을 마무리하는 소감에 대해 "개운하다"고 했다. 승패나 성적을 떠나서 많은 교훈을 얻고, 한 단계 성숙하는 시즌을 보낸 것 같아 개운하다는 것이다.
올시즌을 돌이켜 보면 가장 고마운 점은 후배들이라고 했다. 이른바 '왕따'시키지 않고 잘 따라주고 가족처럼 대해줘서 고맙다는 것이다. 미국 생활에서 모든 게 낯설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욱 고맙다고 한다. 박찬호는 올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4월 12일 청주 두산전에서의 첫승을 거뒀을 때라고 꼽았다.
그렇다면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일까. 박찬호는 없다고 했다. "흔히 과거를 생각하면 모든 순간이 아쉽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쉬운 순간들을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터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자연스럽게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찬호는 올시즌이 끝난 뒤 선수생활을 계속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박찬호는 "여러가지로 고민중"이라고 요약했다. 박찬호는 지난 추석때 19년 만에 처음으로 공주 고향집을 다녀왔던 일을 소개했다. 당시 부모님은 박찬호가 선수생활을 그만 하기를 권유했다고 한다.
박찬호는 "선수생활을 계속하면 팀에 미치는 득실이 뭔지, 후배의 앞길을 막는 게 아닌지, 가족들의 의견은 어떤지 등 많은 변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심사숙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찬호는 "이보다 더이상 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올시즌에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 이유는 "후배 선수들과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고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