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감독 해임' 한화-넥센의 기묘한 악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9-19 09:26 | 최종수정 2012-09-19 09:26


넥센과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넥센 김시진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7.08/



'한화 때문인가?'

한화 구단은 요즘 넥센 김시진 감독 해임 사태를 보면서 불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공교롭게도 지난 16일 넥센-한화전이 끝난 직후 김 감독의 해임 사실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이날 경기에서 2대8로 완패한 넥센이 4사구를 13개(볼넷 11개, 몸에 맞는 공 1개)나 범하는 졸전을 펼친 게 결정타였다는 말이 흘러나올 만하다.

한화는 16일 경기 완승 뿐만 아니라 지난 주말 넥센과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작성하며 넥센의 자력 4강 진출 실패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한화는 오비이락이라 여기고 싶지만 최하위 한화에게 당한 넥센의 입장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한화와 넥센의 기묘한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시즌 이상하게 서로가 꼬였다.

넥센이 김시진 감독의 해임을 결정하게된 원인을 제공한 이가 한화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김 감독의 해임 사유와 관련해 구단 측은 올시즌 초반 1위를 달릴 정도로 선전하던 넥센이 하반기 들어 추락하면서 4강 진출에 실패하자 김 감독의 지도력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는 말이 있다.

되짚어 보면 넥센 추락의 시작이 또 공교롭게도 한화였다.

지난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목동에서 한화전을 치른 넥센은 스윕을 당했다. 으레 시즌 중에 한두 번 생길 수 있는 단순한 스윕이 아니었다.

당시 넥센에게는 올시즌 첫 싹쓸이 패배였다. 24일 LG전 패배에 이어 한화전 싹쓸이를 당한 넥센은 올시즌 첫 최다 연패(4연패)를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이전까지 넥센은 팀 창단 후 최다 연승(8연승)에 창단 후 최초로 팀순위 1를 달리며 '넥센 돌풍'을 주도하는 중이었다. 그런 넥센이 최하위팀에게 뼈아픈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확인사살이나 다름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넥센은 당시 한화전을 기점으로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 5월 25일 한화전을 치르기 전까지 넥센은 37경기 21승1무15패, 승률 5할8푼3리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전을 치른 이후 지난 16일까지 78경기에서는 33승1무44패, 승률 4할2푼9리로 추락했다. 이 기간 동안 팀순위로 따지면 6위에 해당하는 저조한 성적이다.

희한하게도 한화전 싹쓸이의 충격 이후 넥센의 상승세가 급격하게 꺾였고 4강 실패에 이은 감독 해임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화는 올시즌 넥센과의 맞대결에서 9승7패다. 비록 최하위이지만 상대 7개팀과의 맞대결 전적에서 유일하게 우위를 점한 팀이 넥센이다. 작년에도 한화는 넥센을 상대로 11승8패로 가장 좋은 맞대결 성적을 거뒀다. 넥센 입장에서는 한화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게다가 묘한 인연도 있다. 먼저 사퇴한 한대화 전 한화 감독과 김 감독은 야구판에서 유명한 절친 선-후배였다. 한 전 감독은 넥센과 경기를 할 때마다 "꼴뚜기 형님"이라고 김 감독의 젊은 시절 별명을 서스럼없이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한 전 감독은 한화를 떠나기 전 넥센의 추락과 관련해 "그 당시 1위를 달리고 있던 김 감독의 기를 받기 위해 집요하게 찾아다니며 악수를 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처음으로 스윕을 했지만 넥센은 상승세가 꺾였다. 김 감독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말을 여러차례 한 적도 있었다. 그랬던 절친 선-후배가 잇달아 고배를 마시게 됐다.

더구나 태풍과의 악연도 비슷하다. 한 전 감독이 사퇴했던 지난달 28일은 제 15호 태풍 '볼라벤'이 엄습한 날이었고, 김 감독의 해임이 발표된 17일은 16호 '산바'가 남한 지역을 강타했다.

앞으로 또 태풍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나온다면 긴장하게 될 감독이 또 나올지 모를 일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