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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격 경질된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지난 8월부터 분위기를 감지했다. 구단 고위층으로부터 암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밖에서 안 좋은 소문을 접했다"고 했다. 이번 시즌 한때 1위에 올랐고 전반기를 3위로 마친 히어로즈는 후반기 급격한 난조에 빠졌고, 부진은 결국 김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전반기 최고의 성적을 낼 때도 히어로즈는 패보다 승수가 4개 정도 많았다. 다른 팀이 주춤하는 동안 신바람을 냈지만 압도적인 우위는 아니었다.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5~6월 팀 성적이 좋았을 때도 7~8월이 걱정됐다고 했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 하고, 주축 선수 대다수가 풀타임 경험이 적어 고비가 있을 거라고 예상을 했다고 한다.
이런 상식적인 전망은 어긋나지 않고 그대로 현실이 됐다.
김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젊은 투수 강윤구(22)와 김영민(25). 외국인 투수 나이트, 밴헤켄에 이어 선발 로테이션에 비교적 꾸준히 들어간 둘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외에 수준급 선발요원이 없는 히어로즈로선 이들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김영민이 20번, 강윤구가 18번 선발등판했는데, 이런 젊은 선수가 성장해야 장기적으로 팀 전력이 탄탄해 진다. 왜 이들을 지속적으로 썼냐는 비판이 있다고 하더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경질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김 감독은 최근 구단들의 조급증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팀이 성적을 내려면 서서히 체질을 바꾸고 리빌딩을 하고 전력을 끌어올리는 단계가 필요한데 너무 빨리 성과를 내고싶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17일은 선수단 휴식일이었고, 18일 히어로즈는 잠실 원정경기에 나선다. 선수들과 작별을 고해야 하는데 시간이 애매하다. 김 감독은 "감독은 떠났지만 선수들은 주어진 본분을 다 해줬으면 좋겠다. 언제나 마음속으로 히어로즈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