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갈수록 사라지는 '이닝이터'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09-10 13:54 | 최종수정 2012-09-10 14:42


투수가 관리를 해야 하는 성적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평균자책점, 승/패/홀드/세이브, 피안타율, WHIP, 탈삼진/볼넷, 퀼리티스타트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선발투수라면 기본적으로 꼭 지녀야할 덕목이 바로 '이닝이터(inningeater)'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이닝'을 먹는 사람이라는 표현입니다.

'이닝'이라는 것은 투수가 아웃카운트를 1개 잡을 때마다 0.1개씩 올라갑니다. 3아웃 즉 한 이닝을 전부 던지게 되면 1이닝이 됩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이닝' 은 특히 선발 투수에게는 중요한 기록이 됩니다. 중간에 나오는 불펜투수나 마지막에 나오는 마무리 투수들에게는 이닝은 그렇게 많이 중요한 성적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발투수에게는 '이닝'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에 하나입니다.

'이닝'에 대한 이해보다는 우선 '프로야구'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프로야구는 경기의 승/패 가 어떤 것보다 중요한 상황입니다. 경기를 큰 점수 차로 이기던, 투수가 몇 명이 올라가던, 번트를 몇 번 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이게 프로스포츠의 어쩔 수 없는 단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응원을 해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그 팬들에게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 그 팬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고, 선수들 역시도 승리를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가장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무조건 이겨야하는 프로야구에서 '이닝'의 의미는 무색해져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선발-불펜-마무리의 의미가 크게 없었습니다. 아무 상황에나 아무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졌고, 그렇다보니 매일 공을 던지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현대야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시대는 발전과도기 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과도기가 지나가고, 투수들의 역할이 분업되면서 선발-불펜-마무리라는 보직들이 생겨났습니다.


한 팀의 로스터에 투수가 12명 정도를 차지하고, 5명이 선발 로테이션 1명이 고정 마무리를 한다면 나머지 6명이 불펜에서 대기를 하는 투수들입니다. 이 6명중에도 역할은 나눠집니다. 승리조-패전처리-롱맨-원포인트 등등 여러 가지 역할로 다시 나눠집니다. 어떤 팀은 승리 조에 2명의 불펜 투수를 넣는 팀도 있고, 3명을 넣는 팀도 있습니다. 이렇게 역할분업이 되면서 선발투수들은 딱 선발 승리를 할 수 있는 조건만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팀에서는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승리를 원합니다.

그렇다보니 선발투수 5이닝 나머지 4이닝은 승리조와 원포인트, 마무리 투수가 나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위의 표는 2005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이닝 1위부터 10위까지의 기록입니다.

2006년과 2007년에 1800이닝을 넘어서면서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또 용병선수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이닝을 먹어간다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한국선수들이 절반이상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에 처음으로 용병선수가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이에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누구일까요?

바로 리오스 선수입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00이닝을 무조건 넘겼습니다. 프로야구에서 200이닝을 넘는 투수라면 최고의 '이닝이터' 라고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2007년 후에는 단 한번도 200이닝을 넘는 투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선수 중에는 어떤 선수가 많은 이닝을 던졌을까요?

바로 류현진 선수입니다. 류현진 선수는 2006년, 2007년 연속으로 200이닝을 넘겼습니다. 괜히 괴물이라는 별명이 있는 게 아닙니다.

2007년 : 리오스 243.2이닝 / 류현진 211이닝

2006년 : 리오스 233이닝 / 류현진 201.2이닝

2005년 : 리오스 205.1이닝

선동열 감독님이 최근에 이런 인터뷰를 했습니다.

'요새 투수들은 구질은 늘고, 제구력은 나빠졌다.'

그러면서 퍼펙트 경기, 노히트노런, 완봉, 완투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완봉, 완투도 많이 줄어들은 상황입니다. 이닝에 관련된 내용도 있었는데, 그때의 투수들은 7,8회까지 던지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투수들은 딱 5~6이닝만 던져주면 된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을 것입니다.

2012 시즌에 나이트 선수가 200이닝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180.2이닝을 던진 상황에서 19.1이닝만 던지게 되면 200이닝을 넘어서게 됩니다. 앞으로 많으면 5경기에 선발로 등판을 할 것으로 보이는 나이트 선수는 충분히 200이닝을 넘겨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200이닝을 넘는다면 2007년 후 5년 만에 200이닝을 돌파하는 '이닝이터' 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나이트 선수는 프로야구에서 많은 시련을 겪고 확실히 부상에서 돌아온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도 프로야구에서 볼 것으로 기대합니다.

선발투수에게 '이닝'은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앞으로는 많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들은 갈수록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류제성 객원기자, 류베이스볼(http://smj4860.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