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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어제 두산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5연패에서 탈출했습니다. 타격 컨디션이 침체에 빠진 두산이 실책과 견제사마저 범해 얻은 행운의 승리였지만 LG의 경기 내용도 매끄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득점권에서의 집중력 부재가 두드러졌습니다.
LG의 주축 타자들의 타율과 득점권 타율을 비교해도 '득점권 울렁증'이 드러납니다. 주장 이병규의 타율은 0.300로 이름값에 비례하지만 득점권 타율은 0.233로 상당히 저조합니다. 4번 타자 정성훈의 타율은 0.308이지만 득점권 타율은 0.266에 불과합니다. 4번 타자라고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득점권 타율입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에서 득점권 타율 20위 안에 포함된 LG 선수는 박용택뿐입니다. 0.307의 타율을 기록 중인 박용택의 득점권 타율은 0.429로 전체 2위입니다. 하지만 박용택은 중심 타선에서는 타율이 하락하며 테이블 세터에 배치해야 제 타율을 유지하는 독특한 선수입니다. 테이블 세터로 출전하는 박용택이 주자를 많이 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설 확률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득점권에서 안타가 나오지 않으면 사사구나 실책으로 출루하지 않는 한 아웃 카운트는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2점 이상을 한꺼번에 뽑고 타자도 출루해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주자를 득점권에 둔 상황에서 안타가 나와야만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기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제 두산전에서처럼 2개의 희생 플라이로 2점을 뽑았지만 득점권에서 적시타는 터지지 않아 LG의 득점이 고작 3점에 그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LG는 올 시즌 41개의 희생플라이로 8개 구단 중 1위이지만 팀 배팅에 능숙했다기보다 적시타가 나와야 하는 순간에 희생플라이에 그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사실 LG의 '득점권 울렁증'은 올 시즌에 새롭게 대두된 현상이 아닙니다. 상위권을 달리던 지난 시즌 6월 이후 LG가 추락을 거듭한 것도 많은 출루에도 불구하고 득점권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적시타가 나오지 않아 득점력이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몇 년 간 LG는 득점권에서 저조한 집중력으로 실속 없는 공격을 반복해 왔습니다. '득점권 울렁증'을 해소해 팀 컬러를 일신하지 못한다면 LG는 '모래알 팀'이라는 비판은 물론 만년 하위권에서도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