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일 만의 홈런 강정호, 홈런 스트레스 떨친걸까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8-29 20:59 | 최종수정 2012-08-30 08:24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29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펼쳐졌다. 강정호가 1회초 1사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 6월16일 이후 73일만에 홈런을 터뜨렸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8.29/

전반기 미친듯이 홈런을 쏟아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침묵에 빠진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25). 시즌 개막후 56경기에서 19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이 부문 선두를 질주하던 강정호는 6월 16일 롯데전에서 시즌 19홈런을 터트린 후 대포 가동을 멈췄다. 19개의 홈런을 터트리는 동안 타율 3할5푼1리, 51타점을 기록했던 타격감도 급격히 식었다.

전문가들은 "홈런을 그렇게 많이 때리던 선수가 이렇게 오랫동안 홈런을 못 친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홈런 스윙을 하지 않는 평범한 타자도 두달이면 홈런 1~2개는 때리는데, 불가사의하다"고 했다. 박흥식 타격 코치 또한 "1999년 이승엽이 한달 간 홈런을 못 때린 적이 있었지만, 강정호처럼 길지는 않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시진 감독은 "홈런을 쳐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 마음을 좀 편히 가졌으면 좋겠다"며 걱정했다.

강정호의 홈런 실종은 야구계의 미스터리, 연구대상이었다.

타격 밸런스가 흔들린 것도 있지만, 부진의 주원인은 심리적인 곳에 있었다. 타자판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을 의심해볼만 했다.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이란 원래 투수가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활약했던 투수 스티브 블레스가 갑자기 제구력 난조에 빠져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다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은퇴하게 되면서 비롯된 용어다. 강정호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홈런 때리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홈런을 양산했던 강정호에게 어느 순간 슬럼프가 왔고, 홈런을 때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평소대로 스윙을 가져가지 못한 것이다.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29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펼쳐졌다. 강정호가 1회초 1사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 6월16일 이후 74일만에 홈런을 터뜨렸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8.29/
부담감은 부진의 골을 더 깊게 했다.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홈런을 못 쳐도 좋으니 홈런을 의식하지 말라"고 주문을 했으나 내성적인 강정호는 홈런 스트레스를 쉽게 털어내지 못했다. 코칭스태프는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5번에서 3번으로 타순을 올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강정호 스스로 해결해야 할 심리적인 숙제였다.

그랬던 강정호가 오랜 침묵을 깨고 대포를 가동했다. 29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전 1회초 1사 2루에서 바티스타를 상대로 좌월 2점 홈런을 때렸다. 한가운데 높은 시속 152㎞ 직구를 때려 홈런으로 만들었다. 6월 16일 롯데전 이후 74일, 49경기 만에 나온 시즌 20호 홈런이었다.

강정호의 부진이 시작된 시점은 6월 말 1군 엔트리 제외와 봉와직염 수술을 받은 시점과 비슷하다. 피로 누적으로 봉와직염이 왔고, 수술을 위해 열흘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강정호는 갑자기 홈런 감각을 잃어버렸다. 1군에서 빠져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수렁에 빠진 것이다.

덩달아 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히어로즈도 부진에 빠졌다. 팀 하락세의 원인 중 하나로 강정호의 침묵을 꼽는 야구인들이 많았다.

이제 강정호는 두달 반 동안의 긴 침묵을 깨고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홈런 스트레이스를 털어낼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4강 재진입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넥센으로선 강정호의 홈런이 더없이 반갑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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