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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미친듯이 홈런을 쏟아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침묵에 빠진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25). 시즌 개막후 56경기에서 19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이 부문 선두를 질주하던 강정호는 6월 16일 롯데전에서 시즌 19홈런을 터트린 후 대포 가동을 멈췄다. 19개의 홈런을 터트리는 동안 타율 3할5푼1리, 51타점을 기록했던 타격감도 급격히 식었다.
타격 밸런스가 흔들린 것도 있지만, 부진의 주원인은 심리적인 곳에 있었다. 타자판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을 의심해볼만 했다.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이란 원래 투수가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서 활약했던 투수 스티브 블레스가 갑자기 제구력 난조에 빠져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다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은퇴하게 되면서 비롯된 용어다. 강정호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홈런 때리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홈런을 양산했던 강정호에게 어느 순간 슬럼프가 왔고, 홈런을 때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평소대로 스윙을 가져가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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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의 부진이 시작된 시점은 6월 말 1군 엔트리 제외와 봉와직염 수술을 받은 시점과 비슷하다. 피로 누적으로 봉와직염이 왔고, 수술을 위해 열흘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강정호는 갑자기 홈런 감각을 잃어버렸다. 1군에서 빠져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수렁에 빠진 것이다.
덩달아 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히어로즈도 부진에 빠졌다. 팀 하락세의 원인 중 하나로 강정호의 침묵을 꼽는 야구인들이 많았다.
이제 강정호는 두달 반 동안의 긴 침묵을 깨고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홈런 스트레이스를 털어낼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4강 재진입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넥센으로선 강정호의 홈런이 더없이 반갑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