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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삼성전에서 0대4로 완패한 KIA 관계자들은 30일 군산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자 우천취소를 내심 바랐다.
현실적인 바람이었다. 28일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경기를 취소한 KIA로서는 삼성과의 주중 3연전 가운데 2경기를 10월 2일 이후로 미루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직행을 미리 결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KIA와의 막바지 대결에서 굳이 전력을 쏟을 필요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IA 선동열 감독은 "삼성과의 최종전까지 4강의 운명을 맡기기 전에 자력으로 미리 4강을 확정하는 게 낫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세상만사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어디 KIA만 이런 생각이겠는가. 4강 싸움에 엮인 두산, 넥센도 같은 입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구단의 이같은 노림수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 류 감독이 "(통합 우승을 달성한)작년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전력을 쏟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29일 현재 2위 롯데와 5경기 차 선두를 유지한 류 감독은 남은 27경기 가운데 12경기쯤 더 치렀을 때 정규리그 우승을 거의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변이 없는 한 현재 프로야구 판도에서는 가장 확률높은 시나리오다. 이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까닭에 남은 경기에서 굳이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류 감독은 크게 3가지 이유때문에 "끝까지 전력 투입"을 선언했다. 우선 지난해 성공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작년에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을 때에도 원칙대로 끝까지 전력을 쏟았다. 그랬더니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하지 않았나. 순리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우승했다고 여유부리지 않고 정규리그 막판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게 선수들의 기강해이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두 번째 이유는 가상의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류 감독은 "시즌 막판에 4강 쟁탈전에 엮인 팀이 복수로 나올 경우 특정팀과 봐주기 경기를 했다가는 무슨 원망을 들을지 모른다"고 했다.
"삼성과 맞붙는 4강 후보는 어부지리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4강 후보 입장에서 삼성이 전력을 다하지 않아서 봐주기를 했다는 인상을 갖게 되면 삼성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지 않겠나. 4강 후보 모든 팀이 눈에 밟히기 때문에 특정팀을 도와주는 모양새를 만들 수 없다"는 게 류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다.
끝으로 류 감독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고민은 제자들의 개인 타이틀이다. 류 감독은 "이승엽은 홈런왕, 장원삼은 다승왕, 박석민은 타점왕, 오승환은 세이브왕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선수가 명예로운 개인기록을 노리고 있는 마당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고 여유를 부리며 막판 경기에 임하고 싶어도 해당 선수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게다.
그래서 류 감독은 "삼성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우리와 만나는 상대팀은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행복한 선전포고를 했다.
군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