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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 평정의 원동력, 젊은 호랑이들에게 달려있다.
안치홍, 중심타선 붕괴의 유일한 대안
올시즌 KIA를 가장 힘들게 한 악재는 역시 시즌 초부터 불어닥친 '중심타선 붕괴'였다. 이른바 'L·C·K포'로 불렸던 이범호와 최희섭 김상현이 모조리 초반부터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꺼번에 클린업트리오가 이탈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다.
이러한 대안들은 시즌 중 매우 효과적으로 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효용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원섭은 서서히 체력에 한계를 보이며 정확성이 무뎌진 모습이고, 최희섭은 또 2군에 내려갔다. 나지완은 간혹 장타를 날리기도 하지만, 정확성과 빈도수가 너무나 떨어진다. 조영훈 역시 경험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주목받는 것이 중심타자로서 안치홍의 가치다. 앞서 언급한 인물 가운데에서는 그나마 장타력과 정확성의 균형이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2009년 데뷔 첫해부터 두 자릿수 홈런(14개)을 날리며 장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안치홍은 2년차부터는 정확성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0년 타율 2할9푼1리, 지난해 3할1푼5리로 가파른 타율 상승곡선을 그렸다. 홈런은 비록 8개→5개로 떨어졌지만, 마음만 먹으며 얼마든지 큰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더불어 안치홍은 현재 KIA 타자 중에서는 가장 높은 득점권 타율(0.354)을 기록 중이다. 장타력에 정확성, 게다가 찬스 해결능력까지 갖췄다는 증거다. 결과적으로 팀의 득점 찬스에서 안치홍이 새로운 해결사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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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IA 선발진은 6월 중순부터 상당히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부진하던 좌완 외국인투수 라미레즈를 퇴출하고 새로 합류한 우완 외국인투수 소사가 한국 무대에 적응한 시점이다. 특히 7월 하순 올스타 휴식기를 거치고 난 뒤 재개된 후반기에는 8개 구단 중 최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앤서니-윤석민-소사-서재응-김진우로 이어지는 5명의 선발은 10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합작해내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런 호투 릴레이가 영원할 수는 없다. 최근 6연패를 당하는 동안에 KIA 선발진은 겨우 1차례 밖에 QS를 달성하지 못했다. 여기에 에이스 윤석민이 팀 사정상 잠시 불펜에서 뛰면서 5선발 구도에 변수가 생겼다.
이런 분위기에 구원군으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좌완 양현종이다. 양현종의 선발 등장은 KIA에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부여할 수 있다. 우선 체력적으로 지친 기존 선발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측면이다. 앤서니나 소사는 모두 한국 무대가 처음이다. 그런데 앤서니는 127이닝(팀내 1위), 소사는 92이닝을 소화했다. 지치고 힘들 때도 됐다. 베테랑 서재응도 지칠 시기다. 또한 김진우는 지난 19일 인천 SK전 때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최소 한 차례 정도는 등판을 걸러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현재 KIA 선발진은 여기저기 하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양현종의 투입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의미는 바로 KIA의 '우편향 선발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10연속 QS를 합작해낸 선발진은 전부 오른손 투수들이다. 투구스타일도 한결같이 정통파다. 이런 식으로 선발진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팀도 드물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박경태나 양현종 등 선발이 가능한 왼손투수들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양현종이 뒤늦게나마 선발진에 합류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상대팀의 입장에서는 왼손선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KIA가 연패를 끊고, 새로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양현종이 선발로서 일정부분 제 몫을 해줘야만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