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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석민이 달라졌다? 개그 본능 대신 나오는 진지함, 그리고 기록이 이를 입증한다.
박석민은 올시즌 삼성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가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얼떨결에 4번타자 자리를 꿰차게 됐다.
결과는 훌륭하다. 13일 현재 타점 1위(79타점) 홈런 공동 2위(20홈런) 타율 7위(3할7리) 최다안타 6위(102개) 득점 4위(63득점) 출루율 2위(4할2푼8리) 장타율 5위(5할3푼9리) 등 공격 전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석민은 최근 고질적인 왼손 중지 부상에선 벗어났지만, 왼쪽 엄지 발가락과 오른쪽 허벅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팀이 치른 96경기 중 95경기에 나섰다. 쉬는 법은 없다. 흔히 말하는 '부상 투혼'. 하지만 박석민은 이 말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그는 "개인적으로 부상 투혼이란 말을 싫어한다. 경기에 나설 수 있으니까 뛰는 것이고, 뛰게 된다면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정도면 뛰지 않는 게 맞다"며 프로선수로서의 역할론을 강조하곤 한다.
박석민은 후반기 들어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기도 했다. 동시에 팀 성적도 좋지 못했다. 지난 4일 부산 롯데전서 홈런 2방을 몰아치며 팀을 4연패에서 구출해낸 뒤엔 "연패에 빠진 게 내 부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팀에 큰 빚을 진 것 같았다. 오늘 1개를 갚았고, 앞으로 남은 빚을 모두 갚겠다"고 다짐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함께 홈런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 선배 이승엽은 박석민이 홈런왕이 되길 바라고 있다. 올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각종 타이틀 경쟁에 뛰어든 박석민이 '1위' 타이틀을 차지하고 나면, 향후 또다른 타이틀 도전은 한층 쉬워진다는 것이다. 안팎으로 듣는 '달라졌다'는 평가. 박석민은 이렇게 한 단계 더 높은 클래스의 선수로 성장해가고 있다.
4위까지는 지난 집계와 순위가 같았다. 3위인 삼성 이승엽이 67타점, 득점권 안타 36개로 클러치 지수 103점을 얻어 박병호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11일 대구 LG전에서 20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8년 연속 2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팀 동료 박석민과 사이 좋게 홈런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꿈의 4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는 김태균이 클러치 지수 98점으로 4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외에도 회춘한 SK의 4번타자 이호준(클러치 지수 85점)이 19위에서 7위까지 무려 12계단이나 순위를 끌어올리는 괴력을 보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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