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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또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야말로 '만년 유망주'의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어낼 때다.
그런데 김주형이 '만년 유망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찬스가 생겼다. 그 스스로도 이번 기회를 마지막으로 삼으려는 듯 전에 없던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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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동열 감독은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기존 멤버들이나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활용해 팀의 전력 누수를 막으려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9일 광주 넥센전에 선보인 '김원섭-나지완-안치홍'의 클린업라인은 그런 대안의 일종이다. 이들은 이날 경기에서 10타수 4안타(타율 4할) 3타점을 합작하며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대투수진을 압박하는 느낌은 떨어진다. 거포들은 상대 투수로 하여금 일방장타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하는 역할도 해줘야 한다. 김상현이나 최희섭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타선에 있는 것 자체로 상대 투수들을 긴장시키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빠지면서 홈런 생산력을 포함한 장타력의 저하와 함께 이런 위압감도 희미해졌다.
그런 맥락에서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김주형의 역할이다. '만년 유망주'이긴 해도 김주형은 기본적으로 '거포 유형'의 선수다. KIA가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지명으로 김주형을 영입한 것도 차세대 팀의 4번타자감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KIA의 상황에서는 김주형이 '투수압박용 카드'로 적극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클린업트리오는 무리더라도 하위타순 혹은 중요한 순간 대타요원으로 나올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전까지 보다는 출전기회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김주형으로서는 절호의 찬스다. 보다 강한 집중력으로 적극적인 타격에 임할 필요가 있다.
후반기 2홈런, 김주형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김주형 스스로도 올 시즌이 중요한 분기점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새롭게 부임한 선 감독은 "야구는 이름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늘 강조한다. 기존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서 가능성을 보이는 선수들을 중용하겠다는 의지다. 김주형에게는 지난 8년간의 모든 공과를 제로베이스로 돌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다.
객관적인 지표로 현재 김주형은 매우 가치있는 자원이다. 수비에서는 1루와 3루가 가능하고, 일발장타력이 있어 대타로도 쓰임새가 있다. 관건은 김주형이 간혹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들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있다.
냉정히 말해서 전반기까지는 기회를 날렸다. 전반기에는 24경기에서 1할8푼2리에 3타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런데 후반기가 되자 스스로 집중력을 강하게 만든 덕분인지 기량이 나아졌다. 특히 2개의 홈런은 기존 거포들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했다. 김주형은 지난 7월 31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로 나와 5회 2점 홈런으로 시즌 1호를 기록한 뒤 9일에도 광주 넥센전에서 대타로 등장해 8회 역시 투런홈런을 터트렸다. 후반기에만 벌써 2개째 대포를 쏘아올린 것이다.
무엇보다 대타 홈런이 갖는 의미가 크다. 경기 막판 승리에 쐐기를 박는 2점포를 날린 것은 김주형에게 기회를 준 선 감독과 코칭스태프로서는 상당히 임팩트 있는 활약이다. 감독은 자신의 기대에 부흥해주는 선수를 좋게 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시즌 후반기 김주형에게 거는 기대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형으로서는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팀의 핵심멤버로 설 수 있는 기회다. 관건은 본인의 집중력과 투지가 얼마나 크게 발휘되느냐에 달려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9일 광주 넥센전에서의 대타 홈런은 그래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