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렀던' 김태군, 이젠 LG 안방마님으로 성장중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8-01 10:01



"안타 하나 치는 것보다 투수들이 안타 하나 덜 맞게 하는 게 더 좋죠."

LG 5년차 포수 김태군은 늘 이렇게 말한다. '배에 기름이 꼈었던 것 같다'며 지나간 과거를 냉정하게 돌아보기도 한다. 분명한 자기 반성의 결과다. 김태군이 점점 LG의 안방마님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17순위)로 LG에 입단한 김태군은 흔히 말하는 '운이 좋은 선수'였다. 데뷔 2년차 시즌인 2009년,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해 마스크를 쓰던 김정민(현 LG 배터리 코치)이 시즌 아웃돼 2년차에 1군 백업포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LG를 떠난 심수창-조인성 배터리가 마운드에서 언쟁을 벌인 뒤론 졸지에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됐다.

계속해서 늘어난 출전 기회, 54경기서 타율 2할5푼(108타수 27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2년차 포수 치고 리드가 좋고, 괜찮은 어깨를 가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조인성 이후를 대비할 최적의 카드로 여겨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수많은 LG의 유망주들이 그러했듯, 갑자기 늘어난 팬들의 사랑에 젖어 1군 선수라는 사실에 안주해 버렸다. 한창 배워야 할 나이에 성장을 하지 못했다. 결국 LG에서도 '포스트 조인성'으로 김태군 대신 다른 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대학 최고 유망주 조윤준을 뽑았고, 2군에서 성장세를 보인 고졸 2년차 유강남에게 기대를 걸었다.

스프링캠프 전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한 게 결정적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김태군에 대한 믿음을 거둔 듯 했다. 하지만 내심 김태군이 전지훈련에 데려간 포수들에게 자극제가 되길 원했다. 또한 진주에 남아 있는 김태군이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이를 악물길 원했다. '절박함'이 뭔지 느낄 것이라 믿었다. 김태군에게 그동안 부족했던 근성을 시험해 본 것이다.

김태군은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나서야 1군에 올라왔다. 전지훈련 제외, 그리고 기약없는 2군 생활. 김태군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게으른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매일 비디오를 보며 전력 분석에 열을 올렸고, 김정민 코치와 함께 볼배합에 대해 고민했다.

베테랑 심광호의 무릎 수술로 김태군은 붙박이 주전이 된 상황이다. 김태군에 이어 윤요섭 유강남 조윤준이 마스크를 써보고는 있지만, 투수 리드나 수비의 안정성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른 대안은 없다.


아직까지 팀의 에이스 주키치와의 호흡이 다소 맞지 않는 게 유일한 흠. 김태군은 "아직 주키치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김정민 코치의 엄마처럼 푸근한 리드, 김태군이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다. 마운드에서 다소 예민한 주키치와 호흡도 좋아진다면, 이 목표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김태군은 "감독님께서 부족한 나에게 주구장창 기회를 계속 주시는 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난 포수다. 투수의 성적이 곧 내 성적과도 같다"며 "안타 하나 더 치는 것 보다, 투수가 어떻게 하면 안타 하나를 덜 맞게 하느냐가 내겐 더 중요하다. 투수가 좋은 성적 거두도록 돕는 게 내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타성에 젖어있던 지난 4년, 이제 '배부른 과거'는 지웠다. 김태군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7,8위를 달리고 있는 LG와 한화가 31일 잠실 야구장에서 만났다. 3대3 동점이던 8회말 2사 만루에서 김태군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김인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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