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의 경제학', 달라진 LG의 지표가 되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4-19 01:24 | 최종수정 2012-04-19 08:33



3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점수다. 흔히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했을 때 주는 '퀄리티 스타트'의 기준은 3점이다.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6회까지 책임지고, 3점 이내로 막는다면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다했다고 보는 것이다. 9회 등판한 마무리투수의 경우 1이닝 투구 기준으로 3점 이내 점수차를 막아야 세이브가 주어진다. 3점은 그만큼 가치가 있는 점수다.

매년 듣는 소리였지만 LG는 올시즌에도 "달라졌다"는 말을 듣고 있다. 2002년 이후 9년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계속 되풀이돼 온 일이다. 하지만 겉으로만 달라졌거나, 금세 원위치로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팬들도 "역시나"라며 등을 돌리기 일쑤였다. 타팀 팬들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올시즌에도 달라진 모습이 보인다. 공격과 수비, 주루 모두에서 조금씩 달라진 모습. 게다가 경기 외적으로 정신적인 부분까지 성숙했다. 하지만 이는 수치화되지 않는 모습들이다.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18일 청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정성훈이 7회초 무사 1루 박찬호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축하를 받고 있다.
청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4.18/
몰아치기, 언제든 3점은 낼 수 있다.

수치로 볼 수 있는 지표가 생겼다. 달라진 LG를 증명할 수 있는 숫자다. 바로 '3점'이다. LG는 올시즌 매경기에서 한 이닝 3득점 이상을 경험했다. 이기는 경기나 지는 경기나 똑같았다.

개막전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매경기 3점 이상 낸 이닝이 존재했다. 지난 7일 삼성과의 개막전에서는 3회 이병규(배번9)의 만루홈런으로 4점을 얻었다. 선취점이자 결승점. 아슬아슬하게 2연승을 올린 8일에도 0-0이던 8회 3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심광호의 희생플라이, 오지환의 3루타, 이대형의 적시타. 하위타선에서 상위타선으로 연결되는 팀에는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첫 패배를 당했던 11일 롯데와의 홈 개막전에서도 0-3이던 5회 3득점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8일처럼 하위타선부터 차근차근 안타를 이어갔다. 패배를 설욕한 12일엔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가다 8회 오지환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KIA와의 홈 3연전서도 마찬가지였다. 마무리 리즈의 연속 볼 16개로 패한 13일에는 1-4로 뒤져있던 6회 3득점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2연패에 빠진 14일에도 5회 4득점, 8회 3득점하는 뒷심을 보였다. 15일에는 2-2 동점이던 6회 4번타자 정성훈의 결승 솔로포를 시작으로 3득점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청주 한화전에서는 15일 KIA전처럼 홈런포가 시동을 걸어줬다. 17일엔 6대7로 석패했지만 1-2로 뒤진 4회초 이진영의 투런포, 오지환의 3점홈런으로 대거 5득점했다. 18일엔 0-1로 뒤져있던 7회 정성훈의 역전 투런홈런을 시작으로 4득점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17일 청주야구장에서 펼쳐졌다. 4회초 무사 3루 이진영이 역전 투런홈런을 날리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청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4.17/
3점의 경제학, 상대를 괴롭게 만들다

한 이닝에 3점을 냈다는 건 그 회에 최소한 6명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는 소리다. 경기 초반이라면 선발투수를 지독히 괴롭히는 이닝이 됐을 것이다. 경기 막판 박빙의 순간이었다면, 불펜투수 기용을두고 상대팀 벤치가 고민에 휩싸였을 것이다. 이른바 '3점의 경제학'이라 할 만 하다.

게다가 9경기 중 동점 상황에서 크게 달아난 경기가 3경기였다. 역전을 만들어 낸 것 역시 세차례. 지고 있다 동점을 만든 경우는 두 차례였다. 9경기 중 8경기가 승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순간이었다.

3점을 내는 방법은 여러가지였다. LG 역시 한방으로 점수를 내기도 했고, 연속안타로 점수를 추가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응집력이다. 언제든 점수를 몰아칠 수 있는 응집력을 갖추면서 상대팀은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없게 됐다. LG는 시즌 전 최하위 후보로 꼽혔지만, 타선의 힘 만큼은 여느 팀에 뒤지지 않았다. 이젠 끈끈함까지 갖춘 모습이다.

LG는 18일 현재 5승4패로 단독 4위에 올라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순위는 무의미하지만, 삼성-롯데-KIA로 이어지는 4강 후보팀들과의 경기서 4승3패로 5할 승률을 넘어서면서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더이상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던 과거의 모습이 아니다. 선수단 사이에 동점 상황, 혹은 지고 있을 때에도 언제든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LG의 3점의 경제학,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지 잘 지켜보자.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졌다. LG 선수들이 5대3 승리를 거둔뒤 기뻐하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4.15/
[표] LG 올시즌 1이닝 3득점 이상 기록(18일 현재)

일자=상대=이닝=이전 상황=득점=결과

4월7일=삼성=3회초=0-0=4점=6대3 승리

4월8일=삼성=8회초=0-0=3점=3대2 승리

4월11일=롯데=5회말=0-3=3점=3대8 패배

4월12일=롯데=8회말=1-0=3점=4대0 승리

4월13일=KIA=6회말=1-4=3점=6대8 패배

4월14일=KIA=5회말, 8회말=0-6, 4-9=4점, 3점=7대9 패배

4월15일=KIA=6회말=2-2=3점=5대3 승리

4월17일=한화=4회초=1-2=5점=6대7 패배

4월18일=한화=7회초=0-1=4점=6대1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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