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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변칙선발, 꼼수가 아닌 '묘수'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4-10 12:25 | 최종수정 2012-04-10 12:25


29일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LG 김기태 감독(오른쪽)이 한화 한대화 감독에게 웃음으로 인사를 건내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3.29

불안한 선발진, 이를 돌파할 묘수가 나왔다.

'꼼수'와 '묘수', 단 한글자 차이인데 뜻은 천양지차다. 꼼수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묘수는 묘한 기술이나 수를 뜻한다.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생각해내기 힘든 좋은 수라는 의미도 있다. 시즌 초반, 아니 올시즌 LG의 선발기용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생소한 투수를 기용해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꼼수라는 시선이 있지만, 이는 분명한 묘수다.

LG 선발진은 약하기 그지 없다. 냉정하게 봤을 때 8개 구단 중 최하위 수준으로 볼 수도 있다. 경기 조작 파문으로 선발투수 2명을 잃은 게 컸다. 1선발 주키치를 제외하곤, 그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수준이다. 당장 2년차 임찬규가 2선발이다. 지난해 순수 신인으로 모처럼 두각을 드러냈다고는 하지만, 선발 경험이 일천하다.

임정우 김광삼 정재복 이대진 등이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명확히 정의된 등판일이나 순서는 없다. 맞상대를 분석해 최대한 상대성을 고려해 등판시킨다는 것만 정해진 상태다.

일단 첫번째 카드는 이대진의 선발 기용으로 '5.5선발' 체제를 가동하는 것이다. 체력적인 부담으로 등판 후 회복속도가 더딘 이대진을 두번에 한번 꼴로 등판시키기로 했다.

이는 다른 투수들의 휴식일 조정과 계속된 마운드 변칙 운용을 위한 열쇠와도 같다. 또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통산 100승 투수 이대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 내내 강조해 온 선발진의 신구조화를 위해 이대진 같은 베테랑은 꼭 필요했다.

두번째 카드는 개막 2연전에서 나왔다. 지난 8일 열린 2차전에서 지난해 챔피언 삼성을 상대로 무명에 가까운 이승우를 냈다. 이승우는 고졸 6년차지만, 프로 통산기록이 5경기 등판에 3패 평균자책점 8.31에 불과한 왼손투수. 시범경기 때 삼성을 상대로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긴 했지만,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하지만 이승우는 해냈다. 4⅔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내며 개막 2연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에게 변칙 선발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줬다.


시즌 내내 이와 같은 깜짝 선발 카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팀을 상대로 강한 투수를 표적 선발로 등판시키거나, 2군에서 좋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그 투수를 히든카드로 쓰는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몇몇 팀들은 생소한 투수가 나왔을 때 유독 약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는 임찬규와 임정우는 이제 고졸 2년차일 뿐이다. 선발 수업을 착실히 받았다고는 하지만, 실전 경험은 부족하다. 게다가 베테랑들은 긴 이닝을 전력으로 던지기 쉽지 않다. 리즈를 뒤로 돌리고, 류택현 등의 가세로 왼손불펜이 강화되는 등 불펜이 탄탄해졌기에 선발투수는 5이닝, 혹은 더 짧은 이닝 만을 책임지게 된다. 묘수가 나온 이유다.

왼손투수에 약한 팀과 만났을 때를 대비해 이승우, 신재웅 등이 언제나 선발로 올라올 수 있게 준비중이다. 사이드암투수 신정락도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건강한 몸을 유지한다면, 시즌 중반 이후엔 1군 경기에 선발 등판해 칼날 같은 슬라이더를 뿌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김 감독과 차 코치는 이름값으로 마운드를 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주키치를 제외하곤, 고만고만한 투수들이다. LG의 변칙적인 마운드 운용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최하위 후보란 오명을 벗고 예상 외의 성적을 낸다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LG 트윈스가 첫 국내 훈련에 들어갔다. 2달여간의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10일 귀국한 LG는 17일부터 열리는 시범경기에 앞서 구리 LG구장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김기태 감독(가운데)이 차명석 투수코치와 이대진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구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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