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류택현(41·LG)이 있다면, 일본에는 요시카와 미츠오(24·니혼햄)가 있었다.
지난 8일, 현역 최고령 투수인 류택현이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2009년 8월11일 부산 롯데전 이후 960일, 약 2년7개월 여 만에 다시 맛보는 승리의 짜릿함이었다.
요시카와는 지난 8일 일본 지바 QVC마린 필드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와 5이닝 동안 3안타 4삼진 5볼넷으로 1실점하면서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두 번째 등판만에 거둔 첫 승. 그러나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요시카와가 가장 최근에 승리투수가 된 것은 지난 2008년 5월1일 지바 롯데와의 경기였다. 이후 무려 1438일 동안 요시카와는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요시카와는 1988년 4월6일생으로 올해로 만 24세다. 이제 한창 기량을 피워내야 할 젊은 투수에게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요시카와는 140㎞ 중후반의 패스트볼과 변화각이 큰 슬라이더를 앞세워 그해 4승을 올리면서 일본시리즈 무대에 오르는 등 니혼햄의 유망주였다. 2년차인 08시즌에는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을 꿰찼다. 그러나 루키의 시련이 엄청나게 길었다. 2008년 고작 2승에 그쳤다. 마지막 승리가 바로 그해 5월1일 롯데전. 이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9경기에서 15차례 선발로 나섰지만, 선발 12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특별한 부상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마치 지난해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뒤 지독한 18연패를 벗어났던 심수창처럼 제구력 난조와 불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요시카와는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공이 얻어맞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타자와의 정신력 싸움 및 수싸움에서 밀렸다는 뜻이다.
4년 가까이 이어진 실패에도 요시카와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투지를 끌어올렸다. 요시카와는 니혼햄 쿠리야마 감독에게 "올해도 안되면 내년에는 유니폼을 벗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 정도의 각오가 없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요시카와는 승리 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난 젊은 투수가 다시 비상을 위한 날개를 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