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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종범이가 은퇴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굉장히 섭섭했다. 지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3월29~30일) 삼성-KIA전 방송 해설을 위해 대구구장에 갔었는데, 해설 준비에 바빠 종범이 얼굴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금요일 경기는 비로 취소돼 얼굴 볼 기회가 없었다. 경기 전에 KIA 덕아웃에 가도 종범이를 보기 어려웠다. 밖으로 잘 안 나오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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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선수도 젊은 선수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굥은 선수도 부상할 수 있고,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고참 선수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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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야구를 먼저 그만둔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만 바라보고 살아왔기에, 매일 해온 야구이기에, 더이상 야구를 못 한다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한동안 공허하고 허탈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야구가 너무 그리워 혼자 울기도 했다. 힘들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무조건 움직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 있으면 우울증에 걸린다. 여행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종범이를 마지막으로 본 게 지난해 12월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에 출연했을 때다. 김응용 감독님이 출연한다고 하기에 종범이랑 함께 깜짝 손님으로 출연했다. 그때 녹화가 끝나고 "다음에 식사 한 번 하자"고 했는데, 종범이가 그 후 전지훈련이나 뭐다 바빠서 얼굴을 못봤다.
종범이의 은퇴, 참 아쉽다. 양준혁 SBS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