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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에 도전장을 던진 오릭스 4번타자 이대호(30)는 지난해 일본시리즈 챔피언 소프트뱅크와의 3연전에서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3경기 모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11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2삼진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타율은 1할8푼2리로 떨어졌다. 이대호는 2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3일부터 다시 니혼햄과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이대호는 3연전을 통해 앞으로 기대와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이대호의 올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는 힘을 뺀 타격 덕분이다. 이대호의 타격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특히 개막전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대호는 팀이 0-3으로 뒤진 6회초 1사 1, 3루 찬스에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 한방이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찬스. 팀의 4번타자로서 욕심을 내볼만 했다. 때마침 이대호가 좋아하는 높은 직구, 실투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대호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3루주자를 꼭 불러들여야 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공을 때려냈다. 중전 적시타였다.
31일 경기도 마찬가지다. 팀이 2-4로 지고 있던 8회초. 2아웃 상황에서 1루에 오비키가 있었다. 상대 투수는 난생 처음보는 좌완 사이드암 모리후쿠였다. 타이밍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호는 욕심내지 않고 모리후쿠의 슬라이더를 쳐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오릭스로서는 주자를 모아야 하는 상황. 정확히 팀에 필요한 타격이었다.
모두 이대호에게 홈런을 기대한다. 하지만 홈런은 치고 싶다고 나오는게 아니다.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홈런이다. 좀더 시간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대호 보다 일본야구를 먼저 경험했던 선배의 조언을 명심해야 한다. 이대호는 한국에서 빈틈이 없는 타자라는 극찬을 들었다. 몸쪽과 바깥쪽, 공의 구질에 상관없이 유연한 타격자세로 2년 연속 3할5푼 이상의 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 야구는 여전히 한국 보다 수준이 높다. 특히 일본 1군 투수들의 제구력과 볼끝은 한국 보다 정교하고 매섭다. 1990년대 후반 주니치의 마무리로 일본 무대를 호령했던 선동열 KIA 감독은 "일본 1군에서 던지는 투수들은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10개 중 8개를 정확하게 던질 정도의 제구력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은 그 정도의 제구력을 갖춘 투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와의 3연전에서 만난 투수는 5명이다. 1·2·3선발 세쓰, 이와사키, 아라카키와 중간 불펜 모리후쿠, 마무리 투수 폴켄버그다. 일본야구는 현미경 같은 분석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선수가 유입되면 몇 경기 만에 깨알같은 분석 자료가 나온다고 한다. 약점을 귀신같이 찾아낸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주니치 마무리로 나설 때 마운드에 오르기전 전력분석 보고서에 따라 초구부터 어떤 구질의 공을 어디 포지션에 던져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타자로 성공하려면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대호가 앞으로 상대할 미지의 투수들은 국내에서보다 실투를 많이 하지 않을 것이다. 제구력도 더 좋다. 물론 상대 투수가 이대호를 분석하는 만큼 오릭스도 이대호가 잘 칠 수 있게 투수 분석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이대호는 오릭스의 4번 타자라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용병 타자는 많은 연봉을 받는 만큼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시즌 초반부터 상대팀의 집중견제까지 이어져 힘들 수밖에 없다. 오카다 오릭스 감독은 이대호에게 당분간 충분히 기회를 줄 것이다. 그때까지 이대호는 심적 부담을 떨치고 연착륙에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