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선동열 감독은 MVP 윤석민을 어떻게 진화시킬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3-23 13:36


3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열스 콤플렉스'에서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가 열렸다. 사진은 선동열 감독과 윤석민
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2.03.

현역 에이스와 레전드 에이스의 만남, 어떤 시너지를 낼까.

지난 7년간, KIA의 에이스 윤석민은 목말라했다. 많은 선배들과 투수코치들로부터 야구를 배웠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2%가 있었다. 2005년 데뷔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윤석민은 매번 야수출신 감독과 야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데뷔 첫해인 2005년, 투수 출신 유남호 감독이 KIA를 맡았지만 그해 7월 성적부진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경질되는 바람에 많은 배움을 얻진 못했다. 이후 윤석민은 서정환 감독(2006~2007)과 조범현 감독(2008~2011) 밑에서 야구를 했다.

그래서였다. 윤석민이 레전드 투수출신 선동열 감독의 KIA 부임을 반긴 것은. 윤석민은 지난해 10월 말, 선동열 감독이 KIA 사령탑으로 선임된 직후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워 더 강해지고 싶다"고 말했었다. 물론, 그간 야수 출신 감독이 팀을 맡아 아쉬웠다거나 불만족스러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한국프로야구 최고 투수 출신인 선동열 감독이 팀을 맡았다는 것은 '최고'를 꿈꾸는 윤석민에게는 분명 커다란 호재다.

그 후 5개월이 흘렀다. 윤석민은 과연 선 감독으로부터 어떤 배움을 얻게 됐을까. 윤석민은 "캠프에서 감독님이 강조하신 것은 늘 밸런스였다. 유연하게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편안하게 공을 던지는 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최고투수로 뽑혔던 윤석민이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뜻이다.

선 감독의 윤석민에 대한 애정은 기자가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 마련된 스프링캠프에서 수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윤석민은 지난 2월2일(한국시각)에 애리조나캠프에서 처음으로 불펜피칭을 했다. 그 이전까지 선 감독은 "석민이가 지난해 많이 던졌으니 피칭은 천천히 시킬 계획"이라며 팀 에이스를 배려했다. 그런 윤석민이 처음으로 불펜피칭에 나서자 선 감독은 윤석민의 뒤쪽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세세하게 몸상태와 구위를 체크했다. 당시 첫 피칭에서 윤석민은 25개의 공을 던졌다. 전력피칭은 아니었지만, 선 감독은 "투구폼이 역시 간결하고 역동적이다. 최고라고 불릴만 하다"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한 피칭을 마친 윤석민에게 다가가 "처음부터 너무 세게 던지는 것 아니냐. 살살해라"며 살가운 말을 건네기도 했다.

에이스에 대한 배려와 집중은 시범경기에서도 계속 진행중이다. 원래 지난 22일 부산 롯데전에서 윤석민은 시범경기 두 번째 선발 등판을 할 계획이었다. 선 감독은 "팔 각도가 약간 내려온 것 같아서 실전에서 체크해볼 생각"이라고 했지만, 이날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하지만, 선 감독은 경기 취소 후 직접 불펜으로 가 윤석민의 피칭을 보면서 투구폼을 살폈다. 선 감독은 "연습에서는 팔각도에 문제가 없었지만, 실전에서는 또 다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윤석민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MVP 윤석민이 레전드 선 감독의 지도로 인해 한층 더 진화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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