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호텔방 비법, 이여상을 키웠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3-08 14:35 | 최종수정 2012-03-08 14:35


한화 이여상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하던 중 김태균을 꿇어앉혀 훈계를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익살을 부리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돈 주고도 얻지 못할 비법 배우고 있어요."

한화 이여상(28)은 요즘 한화 팬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완의 대기'다.

한화의 최고 취약 포지션인 3루를 맡은 기대주인데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심상치 않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이여상이 오키나와에서 가진 10차례 연습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3할7푼(27타수 10안타). 한화 타선에서 가장 활발한 방망이를 자랑하는 중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수비력 강화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그가 오키나와로 옮겨서는 방망이 솜씨에서까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숨은 비결이 있었다. 역사는 방 안에서 이뤄졌다. 룸메이트 김태균(30)이 배후다. 이여상은 "김태균 선배와 함께 방을 쓰는 동안 정신적, 기술적으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며 "나는 정말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부터 같은 방을 쓴 김태균과 이여상은 원래 룸메이트가 아니었다. 보통 나이 차가 많은 어린 후배를 '방졸'로 임명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여상은 김태균에게 '찜'을 당했다.


김태균이 1년간 한화를 떠났다 돌아왔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후배로 이여상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여상으로서는 신인 하주석 같은 어린 후배를 '방졸'로 거느리는 게 좋았지만 "임마, 많이 부려먹지 않을게. 나랑 같이 있으면 손해 볼 일 없을 것이다"라는 김태균의 간청(?)에 못이겨 중고참의 나이에 '방졸'이 됐다.

이 순간의 선택이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이야. 이여상은 2개월 가까이 김태균과 같은 방을 쓰면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생각하지도 못했던 노하우를 배우게 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태균은 훈련장과 숙소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훈련장에서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다른 선수와 별반 다를 게 없이 훈련을 한다. 하지만 그의 훈련은 숙소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멈출 줄 모른다. TV 시청이든, 휴식이든 뭘 하든지간에 손목, 팔, 다리가 그냥 놀고 있는 법이 없단다. 쉴새없이 신체 각 부위를 움직이며 근육 강화 훈련을하고, 몸통, 하체 움직임 연습을 하는 모양새를 보면 '저 사람 제정신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이여상도 김태균의 이런 모습을 보고 처음엔 깜짝 놀랐다. 하지만 호기심에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질문을 던졌고, 조금씩 가르쳐주는 단련법을 따라하다 보니 어느새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김태균이 보여줬던 이상한(?) 행동 모두가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비법이었던 것이다.

이여상은 "김태균 선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왜 대스타인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면서 "태균이 형과 같은 방 쓰기를 정말 잘했다"고 감탄했다.

김태균도 달라진 이여상을 보면 흐뭇한 모양이다. 김태균은 연습경기에서 이여상이 안타를 쳤다 하면 덕아웃에서 이여상과 코미디같은 실랑이를 벌이며 동료들을 웃긴다.

김태균이 먼저 "거봐, 너 나랑 같은 방 안썼으면 어떡할 뻔했냐. 그러니까 강습료 내놔"라고 으름장을 놓으면 이여상은 빚독촉에 시달린 채무자처럼 피해다니기 일쑤다.

그래도 이여상은 최고의 룸메이트 김태균 선배에게 강습료로 1년치 연봉(5000만원)을 다줘도 아깝지 않다는 눈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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