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조작 파문으로 현역선수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법원은 김성현을 전격적으로 구속했다. 영장실질심사 역시 10분여 만에 끝났다. 속전속결이었다.
현역선수 구속의 의미,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최초로 구속된 광주의 전 골키퍼 성경모(32)와 대전 전 미드필더 박상욱(26)의 경우 각각 1억원과 1억2000만원을 브로커로부터 받은 뒤 이 돈을 바탕으로 다른 선수들을 포섭했다. 뒤이어 상무 소속이던 김동현(28)이 브로커와 현역선수들을 연결시켜주는 중간브로커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군검찰에서 구속됐다.
하지만 김성현이 전격 구속되면서 다른 선수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는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만에 하나 조사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자백했다면, 수사 확대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동안 수사가 그랬듯, 입에서 입으로 줄줄이 엮이는 것이다. 특히 뒤이어 소환된 박현준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일벌백계'의 의미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처음부터 본보기 케이스로 삼아 프로야구판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수명의 브로커들과 전방위적으로 얽혀있던 프로축구와 달리 대구지검에서 사건 관련자로 보고 있는 브로커는 3명 뿐이다. 이들은 김성현 박현준 외에 다른 선수의 이름을 증언하지도 않았다. 당초 "의혹이 불거진 부분만 수사한다"는 대구지검의 입장대로 수사확대 없이 종결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1일 김성현은 더이상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던 선발투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채 호송버스에 몸을 싣는 씁쓸한 모습이었다. 제2, 제3의 김성현이 나올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사가 확대된다면, 2012프로야구는 우울한 분위기에서 개막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