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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까.
대구지검은 지난달 17일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를 발표한 뒤 "의혹을 사고 있는 선수에 국한해서 수사할 것"이라는 방침을 고집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아직까지 입장 변화가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검찰은 명백한 범죄 사실이 있다고 파악된 경우에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내사 과정에서 증거를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수사를 구체화해 가는 것이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나, 프로야구 파문의 출발점이 된 프로배구의 케이스와는 다소 다르다. 수사 방향이 단편적이다.
브로커의 입에서 다른 선수의 이름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있다 해도 이들이 직접 경기조작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A선수와 B선수도 했다더라"는 식의 소문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다른 브로커를 추가로 잡아들이지 않는 이상,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이는 축구와 배구 때의 패턴과 동일하다. 이미 자백한 김성현의 입에서 다른 선수 혹은 브로커의 이름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역시 '소문'의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정황까지 증언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치 소시지처럼 줄줄이 엮여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현역선수의 자진신고가 들어온다면, 추가로 선수 소환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넥센 문성현 역시 변수다. 문성현은 현재 구속된 브로커 3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검찰이 문성현에게 조작을 제의한 또다른 브로커를 밝혀낸다면, 수사 확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문성현은 검찰 조사에서 2010년 신원 미상의 남자에게 경기조작 제의 전화를 받아 거절한 뒤 바로 끊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 결과를 3월 중순에 중간 또는 최종발표할 예정이다. 신속한 수사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해외에서 전지훈련중인 선수들을 귀국시점까지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불러들이면서 이를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3월 중순 최종 발표가 나오지 않고 수사가 확대된다면, '현역선수 조사'라는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개막을 맞이할 수도 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