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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 커브'가 아니라 '폭포수 삭감'이다. 한국프로야구가 대폭적인 연봉 하락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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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은 지난해 여러 부상이 겹치면서 70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 2할8푼1리, 9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부진한 성적에 더해서 스토브리그에 발생한 이탈 파문 때문에 대폭적인 삭감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간의 프로야구 연봉협상 정서와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 한국프로야구는 일단 고액 연봉자가 되면 한해쯤 부진하더라도 연봉 삭감이 크지 않았다. 이런 경우 대부분 팀내 주축 선수이기 때문에 사기 차원에서라도 삭감폭을 크게 잡지 않곤 했다. 50% 이상 삭감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최근 LG가 이른바 '신연봉제'를 근거로 봉중근과 지난해 3억8000만원에서 61%가 삭감된 1억5000만원에 재계약했다. 고액 연봉자로 보긴 어렵지만, LG 이대형도 1억4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2008년 히어로즈가 일시적으로 베테랑 선수들의 연봉을 확 끌어내린 사례가 있긴 하다. 당시 김동수(3억원→8000만원), 전준호(2억5000만원→7000만원), 송지만(6억원→2억2000만원), 이숭용(3억5000만원→1억7000만원) 등이 50% 넘게 삭감됐다. 하지만 그때는 주체가 재정사정이 열악한 히어로즈라서 프로야구 전체로 파급될 문제라기 보다는 특정 구단의 특수한 문제로 여겨졌다.
선수와 구단, 서로 이중잣대가 있다
물론 FA 다년계약이 종료되면서 다시 보류선수 신분으로 변할 때 연봉이 크게 깎이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LG 박명환이 4년 계약을 마치고 2011년 재계약을 할 때 연봉이 5억원에서 무려 90% 삭감된 5000만원으로 변했다. 4년 계약 기간의 뒤쪽 3년간 공헌도가 너무 낮았다는 게 LG측 설명이었다. SK 이호준도 최근 4년 계약이 끝난 뒤 기존 연봉 5억원의 절반인 2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이제는 이처럼 FA 계약 종료 신분이 아니더라도 몸값이 크게 내려앉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몸값과 관련해 선수와 구단은 서로가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 대형 FA 계약이 가능한 선수들은 대개 '과거 성적에 대한 가치 인정'의 자세로 출발한다. 반면 구단은 '과거 성적 보다 앞으로에 대한 기대값'을 강조한다. 상충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대형 FA의 경우엔 서로 모셔가려 하다보니 결국엔 고액 몸값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보류선수 신분일 때다. 이때 선수들은 '작년에 부진했어도 올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걸 강조한다. 반면 구단은 '올해 성적이 좋다면 그건 내년에 반영할 일이다. 지금은 작년 성적으로 연봉을 책정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동안 이같은 상반된 태도가 결국엔 일정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는 식으로 마무리된 적이 많았다. 앞으로는 구단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최근 들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연봉이 대폭 깎인 선수가 그후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이듬해 순식간에 몸값을 회복할 수 있다면 이같은 '연봉 널뛰기'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더 높다. 팀 성적이 좋은 경우 선수단 전체 몸값 규모를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될 수도 있다. 팀 성적이 나쁘면 나쁜대로, 분위기상 너무 많이 올려주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선수 연봉의 탄력성을 어느 정도로 규정할 지를 놓고 앞으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건 뭔가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