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찹형'과 '보스', 한화는 그들을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
90년대 초·중학생이던 '베이스볼 키드'들에게 박찬호는 실로 '우상'과 같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박찬호를 보며 수많은 야구 꿈나무들이 성공을 향한 꿈을 키웠다. 그런 '우상'이 자신과 한솥밥을 먹는 '동료'가 됐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자신을 내려놨지만, 박찬호의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졌다. 박찬호의 룸메이트인 안승민은 "처음에는 어렵게 생각했는데, 선배님은 전혀 거리감없이 대해주신다. 그러면서도 야구에 대한 철학이나 '자기관리'에 대한 부분을 전해주시고 솔선수범하시니까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박찬호식 '솔선수범형' 리더십이 가져온 변화다. 이는 외국인선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30일(한국시각) 오전,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진행된 한화의 스프링캠프 훈련 때다. 그라운드에 둥그렇게 모인 투수조들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훈련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그 가운데에는 박찬호가 있었다.
가벼운 농담으로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준 박찬호는 이번에는 용병투수 배스에게 이날의 파이팅을 외쳐달라고 했다. 용병과 기존 국내선수들과의 빠른 융화를 노린 것이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배스에게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거둔 박찬호의 위상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 박찬호의 부탁이다. 흔쾌히 수락한 배스는 제법 정확한 한국말로 "자, 파이팅가자,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누구보다 용병생활을 오래해 본 박찬호다. 기존 선수들과 빨리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기에 이런 분위기를 연출해낸 것이다.
|
김태균에게는 '보스'의 기질이 있다. 오죽하면 김태균이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입단했을 때 지역 언론이 '마쿠하라의 보스'라고 칭하기도 했을 정도다. 농담도 잘하고 동료들과도 편안하게 어울리지만, 은연중에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뚜렷하다.
그런 김태균은 오랜만에 돌아온 팀에서 야수조의 '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위압적으로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미 한화에는 주장 한상훈이 있고, 야수조 최고참 강동우도 있다. 그런 역학관계 속에서 김태균은 '조용하지만, 할 말은 하는' 묵직한 유형의 보스가 되고 있다. 동료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4번타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묵직한 보스' 김태균이 하는 일은 동료들의 투쟁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자신이 일본으로 떠난 이후 최하위권 팀으로 전락한 한화의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김태균은 타격훈련 때나 수비훈련 때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30일 수비 패턴훈련 때 1루수로 나선 김태균은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더불어 최진행 등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최진행은 "태균이 형은 후배를 강하게 키우는 스타일이다. 최근에는 한 시즌에 잘하거나 못했다고 해서 흔들리지 말고, 긴 안목에서 스스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충고를 해줬다"면서 "든든한 선배가 있으니까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야수조 최고참 강동우 역시 "팀에는 확실히 중심이 되는 간판스타가 있어야한다. 태균이가 오면서 후배들도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한층 더 진지해졌다"며 김태균의 존재감을 반겼다.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와 김태균으로부터 비롯된 변화가 팀을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두 선수가 우리팀의 어린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 좋은 모습들을 보고 배우면서 팀의 전력도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찹형'과 '보스'의 리더십이 바꿔놓을 한화의 미래가 기대된다.
투산(애리조나)=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