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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넥센에서 10승은 무난하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01-18 13:52 | 최종수정 2012-01-18 14:16


김병현이 한국행을 선택했다. 넥센과 입단 계약을 한 김병현의 성공 조건중 중요한 것은 체력과 밸런스 회복이다. 지난해 3월 라쿠텐 스프링캠프 시절의 김병현. 스포츠조선 DB

또 한 명의 해외파 1세대가 들어왔다. 넥센 히어로즈가 18일 메이저리그 출신 언더핸드스로 김병현을 전격 영입했다. 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1억원 등 1년간 총 16억원의 조건이다. 지난해 라쿠텐 2군에서 18경기에 출전해 1패, 방어율 2.66을 기록한 김병현은 그동안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병현은 오는 20일 귀국해 구단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미국 애리조나주에 차려진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시절 '핵잠수함'이란 별명을 들었던 김병현이 과연 국내에서 전성기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물론 변수는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선발 10승은 무난할 것으로 분석된다.

과연 몸상태는

측근에 따르면 김병현은 지난해 라쿠텐에서 퇴단한 이후 서울에 머물면서 꾸준히 개인훈련을 했다. 강남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근력 운동과 기초 체력 훈련을 해왔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현재 김병현의 몸상태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넥센조차 "작년 라쿠텐에서 던진 이후 꾸준히 개인훈련을 해왔는데 최근 미국으로 건너간 것도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직 공식적인 메디컬 체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상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아픈 곳이 있는지, 피칭에 필요한 어깨와 팔꿈치 근육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는지 등 신체에 관한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 김병현이 가장 최근 부상을 입은 것은 지난해 4월이다. 팀훈련 도중 왼발목 관절 염좌가 나타나 한 달 이상 재활했다. 이후 2군 마운드에 올라 실전 피칭을 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두 번 밖에 없지만, 발목, 어깨, 허리 등 꽤 오랫동안 잔부상에 시달렸다. 일단 꾸준히 훈련을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현재 특별한 부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훈련량과 적응 속도

정상적인 몸상태가 되더라도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김병현이 마지막으로 실전에 오른 것은 지난해 8월 라쿠텐 2군에서다. 이후 5개월이 지났고, 실전에 나서려면 아직 2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실전에서 김병현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넥센 캠프에 합류해 얼마나 컨디션을 잘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훈련량과 훈련 적응 속도에 달려 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 환경 적응 속도에 대해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개인훈련을 충실히 해왔다면 넥센 합류 후 문제될 것은 더욱 없다.

또 풀타임 한 시즌을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병현이 한 시즌의 3분의 2 이상을 뛴 것은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5년 전의 일이다. 아직 보직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선발이든 불펜이든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은 성공의 최대 필요조건이다.

밸런스 회복이 급선무


메이저리그 시절 김병현의 주무기는 150㎞에 이르는 직구와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는 홈플레이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크게 휘는 '프리즈비 슬라이더'와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업슛 슬라이더' 등 두 가지다. 또 왼손 타자를 상대로 종종 승부구로 던졌던 서클체인지업도 위력적이었다. 이와 같은 레퍼토리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스피드도 지난해 라쿠텐에서 145㎞까지 나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피칭 밸런스다. 전성기 밸런스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전성기였던 2001~2003년의 다이내믹한 투구폼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김병현이 2004년부터 부진에 빠진 것은 발목,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투구 밸런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컨트롤과 스피드 모두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밸런스를 회복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의 성공 여부는 왼손 타자와의 대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 좌타자와 우타자 피안타율이 각각 2할7푼4리, 2할2푼1리였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 내용이 훨씬 나빴다. 94개의 피홈런 가운데 57개가 왼손 타자에게 맞은 것이었다. 정교하고 끈질긴 성향의 타자들이 많은 국내에서도 왼손 타자를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워낙 선수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기본적으로 좋은 내용의 구종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건강상 문제만 없다면 10승은 바로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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