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트레이드', 홍성흔 장성호와 다르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1-17 14:53 | 최종수정 2012-01-17 14:53


KIA 최희섭. 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05

두산 시절 포지션 갈등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홍성흔. 그는 FA로 롯데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열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1.10.16

KIA 시절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장성호는 한화로 이적까지 반년이 걸렸다.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선수 요청 트레이드. KIA 최희섭이 처음은 아니다. 시계바늘을 앞으로 크게 돌려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망라하면 제법 많다.

최근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트레이드 요청으로 범위를 좁혀보자. 두산 시절 롯데 홍성흔, KIA 시절 한화 장성호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이적 요청과 이번 최희섭의 케이스는 결과만 같을 뿐 원인은 전혀 다르다. 홍성흔 장성호 사례와의 차이점과 이들 케이스를 통해 최희섭 사태의 해결 가능성을 모색해보자.

포지션 갈등 홍성흔, 코칭스태프와의 갈등 장성호

홍성흔이 두산 시절이던 지난 2007년 12월8일. 팬들과의 만남인 '곰들의 모임' 행사가 열린 잠실구장에서 그는 김경문 감독을 찾았다. "포수가 하고 싶습니다. 두산에서 어려우니 다른 팀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홍성흔의 부탁이자 트레이드 요청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미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여러차례 홍성흔에게 "포수를 그만하고 장점인 타격을 더 살렸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터. 골든글러브 출신으로 국가대표 마스크까지 썼던 홍성흔으로서는 포수 미트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김 감독은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구단은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홍성흔은 해외 전지훈련에서 빠진 채 겨우내 배재중학교에 '나 홀로 캠프'를 차렸다. 겨우내 트레이드 설이 무성했다. 같은 서울 팀 히어로즈와는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 다 됐다고 믿었던 홍성흔은 송파에서 목동구장과 가까운 화곡동으로 이사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트레이드는 무산됐다. 2008 시즌 출발 엔트리에 들지 못한 홍성흔은 지각 합류 후 '포수포기' 선언을 했다. 결과적으로 김경문 감독의 시각이 정확했다. 미트를 내려놓은 후 홍성흔의 방망이는 무섭게 타올랐다. 3할3푼1리의 타율과 8홈런 63타점으로 프로 입단 10년만에 최고 타율을 기록했다. 외롭고 절박했던 겨울, 혹독한 채찍질이 그 안의 천재성을 끌어낸 셈이었다. 홍성흔은 이듬해 FA계약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장성호는 KIA 시절이던 2010년 초 FA 협상 도중 구단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직전 시즌부터 마음의 갈등이 생겼다. '영원한 3할타자'였던 그에게 2009시즌 시련이 찾아왔다. 더 이상 붙박이 주전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서운함으로 코칭스태프와 소원한 관계가 됐다. KIA는 두산 등 여러팀과 협상 끝에 2010 시즌 중 한화로 트레이드 시켰다. 트레이드 공개 요청 후 무려 6개월이 걸렸다.

장성호 역시 해외 전지훈련에 불참했지만 겨우내 개인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트레이드 시점까지 스스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원하는 한화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원인이 다른 최희섭 케이스


원인이 다르면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홍성흔 장성호는 각각 내부 문제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하지만 최희섭은 다르다. 그의 문제는 조금 독특하다. KIA 팬들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상과 오해로 비롯된 측면이 크지만 어쨌든 본인 스스로 쏟아지는 홈팬들의 비난에 힘겨워하고 있다.

최희섭을 바라보는 KIA의 시선은 복잡하다. 신년 초부터 최희섭의 불참 등 선수단 이탈 움직임에 당혹해하면서도 설득을 병행하며 최대한 선수를 감싸려 노력하고 있다. 최선의 방법은 팀에 남아 멋진 활약으로 팬들의 성원을 되찾는 것. 하지만 끝내 마음을 돌리지 못할 경우 방법은 트레이드 뿐이다. 수도권 몇몇 구단과 협상을 진행한 이유다.

가장 흔한 원인인 구단이나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으로 인한 트레이드 파동이 아니란 점에서 KIA로선 최희섭과 대립선상에 서있지 않다. 오히려 훈련 등 선수로서 기본 의무만 다 한다면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선수를 사장시키는 일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가 구단에 있다. 이는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간판 스타가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사례는 구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좋지 않은 사건이다. 하지만 주원인이 내부갈등이 아니란 점에서 최희섭 사례는 여러모로 해결방법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사안이다. 다행히 최희섭은 고심 끝에 팀 합류를 결정했다.

원인은 전혀 다르지만 홍성흔 장성호의 케이스는 최희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트레이드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사가 된다해도 최악의 경우 장기전을 감수해야 한다. 둘째, 거취에 앞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스스로의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훈련이든 팀 훈련이든 언제든 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잘 풀린 케이스인 홍성흔 장성호의 공통점은 트레이드 요청 이후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개인훈련에 몰두했다는 사실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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