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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과 삼성은 이미 남남으로 갈라섰지만 여전히 의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KIA는 2월19일쯤 2차 전훈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할 계획이다. 선동열 감독은 삼성 사령탑을 맡았던 2005년부터 마무리캠프와 전훈캠프 때마다 오키나와를 찾곤 했다. 그런데 KIA가 쓰게 될 야구장은 메인구장 외에는 보조 시설이 마련돼있지 않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보조 시설이 들어설 예정. 일단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선 실전 위주로 일정을 치르면서 동시에 잠시나마 다른 구장에 신세를 져야 할 상황이다.
오키나와 본섬의 중부 서해안가에 온나손이란 지역이 있고 여기에 삼성의 메인 캠프인 아카마구장이 있다. 야구장과 육상장, 보조구장과 실내 피칭훈련장, 배팅훈련장까지 갖춰져 있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도 완비돼있다.
삼성의 아카마구장은 일본 팀들조차 탐낼 정도로 시설이 좋은 편이다. 삼성이 꾸준히 신경을 쓰면서 그라운드 정비에 투자해온 덕분이다. 기타 시설도 훌륭하다. 선동열 감독과 삼성 프런트 관계자들이 휴식일이면 그곳 온나손 관계자들과 골프 모임을 열면서 친분을 쌓아온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 가을 마무리캠프때도 삼성 송삼봉 단장이 온나손 관계자들과 꾸준히 접촉했다.
1,2년 전에는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싶은 일본 팀 한두 곳이 아카마구장을 가로채려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삼성이 현지 사람들과 워낙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요즘은 야구장에 직접 투자까지 하기 때문에 끄떡없이 버텨냈다.
삼성도 2월초 1차 전훈지인 괌에서 2차 전훈지인 오키나와로 넘어간다. KIA가 오키나와에 머무는 동안 삼성이 3일 정도 휴식일을 갖게 되는데, 이 타이밍에 KIA가 삼성측 아카마구장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실 삼성이 7년전 아카마구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선동열 감독의 인적 네트워크 덕분이기도 하다. 아카마구장은 당초 일본 팀을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런데 선동열 감독이 주니치 시절 은사인 호시노 센이치 전 한신 감독(현 라쿠텐 감독)으로부터 "필요하면 쓰라"는 얘기를 들은 뒤 삼성이 이용하게 됐다.
야구장 며칠 쓰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각 구단마다 성적에 목을 매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 출발점이 전훈캠프인데, 다른 팀이 시설을 잠시나마 이용하도록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호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삼성 수석코치를 맡았던 인연 덕분에 2년전 비슷한 사례를 겪기도 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