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 부모, 행복했던 GG 시상식 나들이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12-12 10:04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제1전시장에서 열렸다. 골든 포토상을 수상한 롯데 전준우를 대신해 전준우의 부친이 수상을 한 후 사진 속의 포즈를 흉내내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무조건 우리 아들이 제일 멋집니다."

11일 서울 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수상자석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아닌 한 쌍의 중년부부가 나란히 자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처음 경험해보는 큰 시상식이 낯선 듯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등 낯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만큼은 시종일관 밝았다. 이 주인공은 이날 시상식에서 골든포토상을 수상한 롯데 전준우의 부모인 전병목(57)씨와 배윤정(55)씨였다.

전씨와 배씨 부부는 아들 전준우가 10일 결혼식을 올린 후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나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어 대리수상을 위해 이날 시상식장을 찾았다. 전준우는 사진기자들이 올 한해 가장 멋진 장면을 연출한 선수를 선정, 상을 수여하는 골든포토상의 주인공으로도 선정됐고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의 후보에도 올랐다.

시상식 전 기분좋은 대화가 이어졌다. 두 부부는 아들이 골든포토상의 주인공에 뽑힌 것에 대해 "수상 여부에 떠나서 우리가 보기엔 우리 아들 준우가 제일 멋지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옆 자리에 앉아있는 같은 팀의 외야수 부문 후보 손아섭을 가리키며 "준우와 옆에 있는 아섭이 중 누가 골든글러브를 받았으면 좋겠냐"고 묻자 살짝 망설이던 전씨는 "그래도 우리 준우가 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 내가 한 번, 와이프가 한 번 단상에 올라가면 되겠다"며 즐거워했다.

아쉽게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전준우가 아닌 손아섭에게 돌아갔다. 전준우는 최형우(삼성), 손아섭, 이용규(KIA)에 아쉽게 밀려 4위를 차지하며 골든포토상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전준우는 부친 전씨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수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전씨는 사회자에 부탁에 아들의 사진과 똑같은 포즈를 재현해내 현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됐다. 전국민의 눈이 부친 전씨에게 모아졌다. 잘 큰 아들 덕에 생애 최고의 기쁨을 만끽했다. 전준우, 제대로 효도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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