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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에 입단한 이대호는 시즌을 마친 후 바쁜 겨울을 보냈다. 오릭스와의 입단 협상은 물론이고 일찌감치 내년 시즌을 위한 몸만들기에 나섰다. 롯데 납회행사 참석, 지인 결혼식의 참석하는 등 개인 일정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서 연례 행사처럼 참석하던 각종 시상식에도 부득이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레드카펫에 올라선 이대호의 표정은 밝았다. 그리고 여유도 있었다. 이대호는 "가장 영광스런 시상식 무대인 만큼 떨린다. 하지만 일본에 가기 전 마지막 공식 무대인 만큼 마음껏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1루수 부문 가장 유력한 후보인 만큼 "당연히 상을 받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상식장에 들어서서도 여러 야구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바쁜 시간을 보낸 이대호는 시상식이 시작되자 차분히 1루수 부문의 시상을 기다렸다. 1루수 부문 시상에서 자신의 이름이 후보로 지명되자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수많은 상을 받았어도 골든글러브 수상만큼은 떨릴 수 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이대호는 차분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이대호는 "큰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상을 몇 차례 받아봤지만 매번 떨리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힘겨웠던 올시즌, 그리고 11년 동안의 롯데 생활이 머리속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는지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올해 정말 힘들게 시작해서 롯데가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양승호 감독님을 비롯해 아버지같이 타격지도를 해주신 김무관 코치님, 이 몸에도 수비한다고 나섰는데 많이 도와주신 공필성 코치님 등 모든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11년 동안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그리고 지금까지 저를 가르쳐주신 모든 감독님,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한국무대에서 활약하는 동안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지막 수상소감을 말하는 이대호의 눈에 결국 눈물이 맺히고 말았다. 이대호의 마지막 한마디는 바로 "제작년 결혼했는데 그동안 아내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내의 뱃속에 있는 우리 복덩이에게 '아빠 상탔다'고 꼭 말하고 싶다"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