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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하고 언제 라운딩하나요?"
류현진은 8일 제30회 야구인 골프대회 시상식을 마친 뒤 만세를 부르며 주위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가운데 갓 100타를 깨자 과감하게 대회 참가 도전장을 던졌던 류현진이다.
그 실력으로 입상권에 들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오로지 절친한 선배 윤석민(25·KIA)과 같은 조에서 즐긴다는 게 즐거울 뿐이었다.
하지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류현진이 88타를 치며 윤석민을 1타 차이로 이겨버린 것이다. 안정적인 80대 타수를 기록하던 윤석민은 평소 실력이 나온 것이다.
류현진이 신들린 것이었다. 생애 최고의 스코어였다. 주변에서는 "역시 괴물이다", "골프신동", "프로골퍼 해도 되겠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류현진은 "완전히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됐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모든 행사가 다 끝나자 어린 아이처럼 기뻐 날뛴 것이다.
구력이나 평균 스코어로 보면 감히 넘볼 수 없는 윤석민에게 도전해 성공한 류현진은 이제 여자 프로골퍼 유소연을 겨냥할 전망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요즘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시즌을 최근 마감한 유소연(21)의 스케줄을 챙기고 있다. 류현진이 유소연과 한 번 붙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한화 골프단 소속으로 류현진과는 한지붕 식구다. 지난 8월 29일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US오픈(7월)을 석권한 기념으로 괴짜 용병 가르시아와 이색 대결을 펼쳤다.
홈런 타자 가르시아와 드라이버샷 비거리 대결을 한 것이었는데 3차례 시도중 페어웨이에 1개도 안착시키지 못한 가르시아를 가볍게 제쳤다. 당시 유소연의 최장 거리는 252야드였다.
며칠 뒤 페넌트레이스 경기 이전에 가르시아 패배를 소식을 전해들은 류현진은 "에이, 안됐네. 천하의 가르시아가 졌다고? 내가 나갈걸…"이라며 "아이언은 부족해도 드라이버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 구단은 "시즌이 끝난 뒤 류현진과 유소연의 친선 라운딩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고 가르시아의 복수전을 치르려는 류현진과 유소연의 2차 이색대결이 펼쳐질 것인지 관심을 끈 바 있다.
류현진은 그 때의 일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화 관계자에게 "유소연하고 언제 골프를 치느냐"고 확인에 들어간 것이다.
마운드에서 배짱 넘치고 저돌적인 승부사 기질을 보이는 류현진이다. 골프에서도 한 번 일을 내보겠다는 기세다.
류현진의 못말리는 도전정신에 대해 한화 구단은 "매사에 적극적인 마인드가 비시즌 컨디션 관리와 야구 경기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눈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