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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 "대구와 광주의 대결, 기대된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1-17 12:26


삼성 류중일 감독과 KIA 선동열 신임감독의 모습. 지난 2월 선 감독이 삼성 운영위원으로 있을 때 오키나와 전지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조선 DB

라이온즈와 타이거즈의 대결이 아니라 대구와 광주의 경쟁이다. 다음 시즌 프로야구는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삼성 류중일 감독과 내년 프로야구 판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최근 10년간은 삼성과 KIA의 대결이었다면, 내년부터는 다시 대구와 광주의 대결이 시작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건전한 의미에서의 지역주의 구도가 재가동된다는 의미다.

선동열 감독과 타이거즈 전통의 부활

류중일 감독은 "올시즌 우승은 우리가 잘 한 것도 있지만 다른 팀들이 스스로 무너진 측면도 있다. 6월에 우리 선발투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타자들이 힘을 내서 승수를 쌓아갔다. 그런데 LG가 슬슬 성적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나중엔 KIA도 내려앉았다. 그때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전망과 관련해선 역시 KIA를 강팀으로 지목했다. 류 감독은 "KIA는 올해 이범호 최희섭 같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오래 결장하는 바람에 성적이 내려갔다. 부상만 없다면 투수들을 봐도 그렇고, KIA가 우승 후보다. 우리 역시 내년에 KIA와 상대하려면 전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KIA의 새 사령탑이 됐다는 게 중요하다.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사령탑으로 영입한 KIA는 탄탄한 전력과 부쩍 강화된 구단 지원을 통해 다음 시즌에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특히 선 감독의 취임은 KIA가 광주를 근간으로 한 타이거즈의 전통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광주와 대구의 대결이다

류중일 감독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대구 출신이고 선 감독님은 광주 출신이다. 이제는 팀간 대결이라는 차원을 벗어나 대구와 광주의 건전한 대결이라는 의미로 바뀐다는 게 맞는 얘기다. 내년에 KIA와 경기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초창기인 80년대에 삼성과 해태는 숱한 명장면을 연출했다. 시즌 성적에선 삼성이 우세한 경우가 많았음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은 해태가 가져가곤 했다. 당시엔 '지역감정'이 셌다. 프로야구가 지역감정의 분출구로 인식됐던 시기다.

양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은 건 지난 93년의 한국시리즈가 마지막이었다. 삼성이 2승1무1패로 앞서다가 결국엔 해태가 4승1무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90년대말 해태가 모그룹 재정난을 겪기 시작했다. 2001년 해태가 퇴장하고 KIA가 무대에 뛰어들었다. 93년을 끝으로 양팀이 가을잔치에서 맞붙는 일이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전통의 라이벌' 구도는 희미해졌다.

류중일 감독은 경북고 출신이다. 선동열 감독은 광주일고 출신이다.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두 감독이 삼성과 KIA 사령탑을 맡게 되면서 양팀은 프랜차이즈 본연의 색깔을 찾은 상태다. '전통의 라이벌' 구도가 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창기 프로야구가 인기스포츠로 정착하는데 있어 지역감정이 상당한 동력이 됐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건전한 지역주의가 기대된다.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대도시간 경쟁심리에서 출발한다. 요미우리와 한신이 일본의 관동, 관서 지역을 대표하며 수십년간 경쟁해왔듯 말이다.

류중일 감독, 추억이 된 라면국물 투척

내친김에 류중일 감독에게 과거 추억을 질문했다. 류 감독은 웃으며 "80년대엔 정말 대단했다. 87년에 광주구장 원정경기를 치를 때 덕아웃 옆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으면 머리 위로 라면국물이 쏟아지곤 했다. 야구장 안으로 뭐가 많이 날아들던 시절이다. 우리가 경기를 이기면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회상했다.

그에앞서 86년에 대구에서 원정팀인 해태 구단버스 방화 사건이 벌어졌다. 류 감독은 "대구에서 해태 버스에 불이 나고 이듬해인 87년이었다. 광주에서 우리가 이기면 덕아웃에서 한시간쯤 기다렸다가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구단버스를 광주구장 앞에 세워놓지 못했다. 버스가 멀찍이 떨어져서 대기하다가 관중이 거의 집으로 돌아가면 그때서야 야구장 앞으로 왔다. 10시에 경기 끝나면 11시 넘어 버스를 타고 12시에 숙소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많았던 시절이다. 선동열 감독은 마산구장을 자주 언급한다. "해태가 경기에 이기면 라커룸에서 나가지 못하고 대기했다. 그런데 한번은 관중이 신문에 불을 붙여서 라커룸안으로 집어넣으려 하기도 했다"고 말하곤 한다.

류중일 감독은 "요즘 프로야구는 대구나 광주나 예전같은 관중은 없다. 다들 얼마나 매너가 좋은가.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 일들도 다 추억이다"라고 했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포스트시즌때 야외기자석에 있던 취재진의 등 뒤로 국물 담긴 컵라면이 날아들기도 했다. 제구력 떨어지는 관중이 던진 컵라면이었다. 그때의 잘못 표출된 열정이 이제는 더 큰 함성과 더 큰 관심으로 바뀌었다. 다음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키나와=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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