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정성기의 새 인생 도운 사람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1-11 13:39


2012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NC 스카우트진. 맨 왼쪽이 문왕식 스카우트. 스포츠조선DB


"아픔 있는 선수들을 계속 돕고 싶습니다."

신생구단 NC는 전라남도 강진에서 프로 첫 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는 아니지만, 매일 선수단 숙소와 야구장을 바삐 움직이는 이가 있다. 바로 문왕식 스카우트다. 문 스카우트는 스카우트팀 소속이지만, 운영팀 역할까지 맡고 있다. 따로 운영팀이 없기에 실질적인 살림을 도맡고 있는 것이다.

문 스카우트는 2005년 롯데에 투수로 입단했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할 당시 2차 8라운드에 외야수로 지명됐지만, 동의대 재학중 투수로 전업했다. 왼손잡이인데다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졌기에 하위라운드 지명자였지만 롯데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입단 직후 불운이 찾아왔다. 데뷔 시즌을 앞둔 2004년 말, 추운 날씨에 수비 훈련을 하다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마운드에서 1루 백업을 가는 훈련을 하던중 베이스를 밟고 미끄러졌다. 한창 긴장해있었던 터라 큰 부상이 왔다. 오른쪽 햄스트링이 완전 파열됐다.

일본에 가서 검사를 받았지만, 수술해도 재발할 수 밖에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루 15시간씩 피나는 재활을 해 6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섰지만, 그의 자리는 없었다. 게다가 불안정한 하체로 공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더이상 투수로 뛰는 건 불가능했다. 다시 야수 전업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결국 2년만에 은퇴를 선택했다

문 스카우트는 유연성이 없었기에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생각했다. 후배들은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했다. 모교인 순천 이수중에서 코치를 할 때 선수들에게 유연성 강화를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제자들이 잘 따라오니 가르치는데 재미도 붙었다. 이러던 중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선배였던 정성기가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다. 규정 때문에 귀국 후 2년간 뛸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문 스카우트는 선배 정성기를 다독였다. 다시 야구할 그 날을 위해서였다.

정성기는 문 스카우트의 코칭에 따라 천천히 몸을 만들었고, 올해 초 의욕적으로 일본 니혼햄에서 입단 테스트까지 받았다. 하지만 니혼햄은 1년 간의 연습생 계약을 제의했고, 정성기는 좌절했다. 운동을 그만두려는 정성기를 붙잡은 건 문 스카우트였다. 술잔을 기울이며 정성기를 설득했다. "미국에서 던지던 모습, 한국에서는 한번도 못 보여주지 않았나. 다시 한번 해보자"라는 말에 정성기를 설득시켰다.

모교인 순천 효천고에 나가 공을 던질 때마다 문 스카우트는 이를 비디오로 촬영했다. 입단 시 필요한 영상 자료를 만든 것은 물론, 영상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잡아냈다. NC의 스카우트가 된 뒤에도 주말마다 짬을 내 정성기를 도왔다. 정성기가 트라이아웃을 참가하게 된 것도 문 스카우트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정성기는 이런 그에 대해 "후배지만 나에겐 은인이다. 문왕식 스카우트가 없었다면, 난 이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문 스카우트는 "성기형이 아니었더라도 누구든 그렇게 도왔을 것"이라며 "내가 부상으로 프로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후배들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아픔 있는 선수들을 계속 주시하고, 돕고 싶다"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NC 신인 박민우에게 용품을 지급한 뒤 그를 바라보는 문왕식 스카우트(왼쪽)의 모습. 사진제공=NC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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