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LG서 현역복귀 테스트 받았다. 결과는?

지난 2010년 5월7일 잠실 KIA전에서 통산 800경기 출전을 달성하고 있는 류택현. 스포츠조선DB

"LG 이외의 팀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현역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류택현이 지난 1일 구리구장에서 1차 테스트를 받았다. LG 김기태 신임 감독과 최원호 2군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가 보는 앞에서 타자를 세워두고 40여개의 공을 던졌다.

이날 테스트에서 직구 평균구속은 130㎞대 초반에서 형성됐다. 100%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일단 희망을 봤다. 류택현은 테스트를 받은 뒤 "지금 구속은 평소 스프링캠프 초반 몸을 만들 때 나오던 정도까지 올라왔다"며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봐주실진 모르겠다.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처럼 던진다면 140㎞대 초반으로 올라올 수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시작까지 구속을 끌어올리던 페이스와 비슷해졌다"고 했다.

류택현은 2000년대 LG 불펜의 왼손 스페셜리스트였다. 경기 막판 상대 좌타자에 찬스가 걸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통산 811경기에 나서 12승28패 6세이브 103홀드 방어율 4.48를 기록했다. 올시즌 정우람이 신기록을 쓰기 전까지 역대 최다 홀드 기록 보유자였다. 게다가 SK 조웅천 코치의 투수 부문 최다 경기 출전기록(813경기)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류택현은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뒤 방출됐다. 2008년 한차례 수술 판정이 났었지만, 재활로 이겨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롱토스 도중 팔에 힘이 없음을 느꼈다. 평소 던지던 40m 이상 공이 나가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던져봤지만 50m 이상 날아가지 않았다. 최다 경기 출전기록이 눈앞이었다. 참고 억지로 던졌으면 기록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구단의 만류에도 시즌을 접고, 자비로 수술을 강행했다.

류택현은 재활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실전에서 커브가 먹히면서 새 인생이 시작됐고, 2006년 주전에서 밀려난 뒤 남을 신경쓰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법을 배웠다. 재활 뒤 공을 잡은 2009년에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한 수, 두 수가 더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뒤늦게 알게 된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구단은 은퇴 후 스카우트나 전력분석원으로의 새출발을 권유했지만, 그의 굳은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결국 박종훈 전 감독은 류택현이 구리에서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사령탑이 바뀌었지만, 예정대로 현역 복귀를 위한 테스트를 받았다.

류택현은 "테스트를 받기 전날, 별생각이 다났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까지 기분이 묘했다"고 고백했다. 마운드에 오른 뒤엔 어땠을까. 그는 "정작 올라가고 나니 세게 던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야구를 시작한 뒤로 가장 세게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몇개 던지다 보니 그렇게는 못하겠더라"며 "더 세게 던지면 그동안 만들어놓은 게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가진 만큼 보여드렸다"고 설명했다. 류택현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LG 이외의 팀에서 뛰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복귀는 무조건 LG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김기태 감독은 류택현의 현역 복귀에 대해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테스트로 바로 결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직 팀을 구성하는 시기다. 마무리캠프 기간에 신중히 생각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지금처럼 구리에서 계속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번 달과 다음 달까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류택현을 위해 지도자 전환의 길도 열어놨다. 그는 "현역 복귀가 힘어지더라도 류택현과는 꼭 LG에서 함께 하고 싶다"며 "최고의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아니었나. 우리팀 왼손투수들을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선수로 복귀하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든 LG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e-mail]

차명석 투수코치와 훈련하고 있는 류택현. 스포츠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