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파격 결정 "MVP 경쟁, 최형우 밀겠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1-03 14:04 | 최종수정 2011-11-03 14:04


삼성 오승환이 MVP 경쟁에서 최형우를 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신은 되지 않아도 좋으니 최형우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초 오승환(오른쪽)과 최형우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삼성 오승환이 후배 최형우에게 MVP 경쟁을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승환은 2일 밤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나는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받았다. 후배를 위해서 정규시즌 MVP 경쟁을 양보하고 싶다. 형우는 MVP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귀를 의심할만한 뜻밖의 결정이다. 올해 47세이브로 한시즌 최다 타이 기록을 세운 오승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에 등판, 3세이브를 거두며 압도적인 표차로 MVP가 됐다. 여세를 몰아 사상 최초의 시리즈 및 정규시즌 MVP 동시수상에 도전할만한 상황에서 스스로 양보 의사를 표명했다. 오승환은 "형우와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올해 정규시즌 MVP 후보는 4명이다. 다승, 방어율, 승률, 탈삼진 등 투수 4관왕을 차지한 KIA 윤석민과 47세이브의 오승환이 투수쪽 후보다.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관왕에 오른 삼성 최형우와 타격, 출루율,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롯데 이대호가 타자쪽 후보다. 지난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문학구장에서 프로야구기자회의 선발위원회를 통해 후보가 결정됐다.

오승환의 결정은 시즌 막판에 자신이 했던 발언을 책임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오승환은 지난 9월 "48세이브 신기록을 달성하면 정규시즌 MVP에 진심으로 도전하고 싶다. 내가 만약 MVP가 되면 어린 선수들이 처음부터 불펜투수로 뛰는 것에 거부감이 줄어들 것 같다. 하지만 48세이브를 못하면 최형우를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이브는 본인 의지만으로 되는 기록이 아니라서, 오승환은 막판에 아쉽게 48세이브째를 올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

최형우 역시 비슷한 타이밍에 29홈런을 기록중일 때 "타점왕까지 3관왕을 못하면, 또한 홈런 30개 이상을 치지 못하면 승환이형을 밀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최형우는 30홈런을 채웠고 타점왕 레이스에서도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애초부터 두명의 후보를 냈기 때문에 표가 갈릴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오승환과 최형우 가운데 한쪽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상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승환이 먼저 '최형우로의 단일화' 의사를 내보인 것이다.

이번 결정은 그 자체로 파격이다. '47세이브의 오승환이 MVP를 타지 못하면 한국프로야구에서 마무리 MVP는 영원히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던 상황이다. 오승환 역시 정규시즌 MVP에 대한 애착이 컸겠지만 후배를 밀어주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정규시즌 MVP 및 신인왕 투표는 오는 7일 열린다. 물론 '사퇴'란 없다. KBO는 "MVP나 신인왕 후보는 선발위원회를 통해 뽑힌 것이므로 사퇴할 수 없고 당연히 투표때 후보에 계속 남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승환이 최형우를 밀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도 실제 기자단 투표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윤석민은 투수 주요 부문 4관왕이란 강력한 배경이 있다. 삼성쪽 후보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프리미엄을 더한 상태다. 오승환이 최형우를 밀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삼성 구단 역시 그 방향으로 상황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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