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만큼 자주 손댄 '포스트시즌 제도' 변천사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1-02 12:28


31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이 SK를 1대0으로 이기고 승리, 한국시리즈 전적 4대1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 선수들이 류?일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잠실=홍찬일기자hongil@sportschosun.com/2011.10.31/


8개 팀 중 4개 팀만 초대받는 가을 잔치.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포스트시즌 제도는 원년부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포스트시즌 제도는 크게 6차례 변화했다. 82년 6개 팀으로 출발한 프로야구는 전기와 후기리그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때만 해도 포스트시즌은 단촐했다. 전기리그 1위 팀과 후기리그 1위 팀이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프로 원년에는 OB가 삼성을 4승1무1패로 제압하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고, 83년에는 해태가 4승1무로 MBC를 꺾었다.

문제없이 흘러오던 제도는 84년 삼성의 '져주기 사건' 이후 첫번째 개혁을 맞았다. 삼성은 84년 전기리그 1위를 차지한 뒤 후기리그 막판 고의적 패배로 한국시리즈 상대로 껄끄러운 OB 대신 롯데를 골랐다. 최동원의 역투로 롯데가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포스트시즌 제도에 매스를 댔다. 85년부터 전기리그 1위 팀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 후기리그 1위 팀과 통합승률 1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르기로 한 것. 하지만 이 제도는 한차례도 쓰지 못한 채 사라졌다. 당시 삼성이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1위를 휩쓸면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86년부터는 머리를 싸매야할 만큼 복잡한 방식이 등장했다. 전-후기 모두 2위 안에 들 경우 한국시리즈 직행, 한 번만 들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제도였다. 해태는 이 제도의 최고 수혜자였다. 86년부터 88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해태는 86년과 88년 이 제도로 인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89년부터는 전-후기리그가 폐지되고 단일시즌제로 변경됐다. 단기전에 강한 해태를 위한 제도라는 불만이 그 이유였다. 이때부터 지금과 같은 '계단식 시스템'이 도입됐다. 4위 팀과 3위 팀이 만나는 3전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 2위 팀과 준플레이오프 승자가 치르는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그리고 1위 팀과 플레이오프 승자가 맞붙는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가 시행됐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보였던 이 제도 역시 불만을 자아냈다. 승률 5할도 안 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고, 4위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말이 나왔다. 결국 95년에는 3,4위 팀간 승차가 3.5경기 이상일 경우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는다는 규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95년 포스트시즌 관중 감소로 인해 이 규정은 폐지됐다.

99년부터는 양대리그가 도입됐다. 드림리그와 매직리그로 나뉘어 크로스 토너먼트로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가 동시에 열리면서 팬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맹점을 안고 있었다. 2000년에는 드림리그 3위 삼성이 매직리그 1,2위 팀보다 승률이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결국 2001년부터 '계단식 시스템'이 재도입됐다. 준플레이오프 경기수만 조금 바뀌었다. 3전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는 2005년 한차례 5전3선승제로 치러진 뒤, 2008년부터 5전3선승제로 정착됐다. 2008년에는 플레이오프를 7전4선승제로 치렀다 현장의 반발로 다시 5전3선승제로 환원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94년 10월18일 LG와 태평양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의 외곽 전경.
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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