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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수 홈런, 극단적 앞쪽 히팅포인트가 원천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28 22:10


최동수의 홈런 순간 포착 장면. 사진기자가 3루쪽에서 잡은 장면이다. 아래에 있는 홈플레이트 방향과 비교해보면 최동수의 히팅포인트가 굉장히 앞쪽에서 형성됐다는 게 보인다.

최동수가 골목길 담벼락에 기대 서있다. 심기가 불편한 듯 얼굴 표정이 좋지 않다.

최근 며칠 동안 동생들이 아랫동네 덩치 큰 아이들에게 꼼짝 못하고 당하고 다녔다. 최동수 본인은 언제든 자신 있었다. 이틀 전에는 아랫동네에서 가장 공을 잘 던진다는 아이를 두들겨줬다. 그런데 동생들은 계속 당하기만 하니 형으로서 상심이 컸다.

이때였다. 아랫동네에 사는 덩치 작은 외국인 아이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너 일루 와!" 쭈뼛쭈뼛 다가오는 아이에게 최동수가 꿀밤을 때렸다. 아이는 울면서 집에 갔다.

3차전의 하이라이트는 SK 최동수의 홈런이었다. 삼성 선발 저마노를 상대로 5회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스코어 1-0에서 2-0을 만든 한방, 최동수의 홈런은 여느 때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달랐다.

히팅포인트, 극단적인 앞쪽이었다

저마노의 직구는 현장 분석원의 스피드건에 따르면 142㎞, 방송사 스피드건에는 138㎞로 나타났다. 중요한 건 최동수의 배트와 저마노의 직구가 만나는 지점, 즉 히팅 포인트가 극단적으로 앞쪽에 형성됐다는 점.

보통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선 히팅포인트가 앞쪽에서 형성해야 된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이날 최동수의 히팅포인트는 배트가 공을 기다리다 못해 마중까지 나가 버린 모양새였다. 그야말로 제대로 걸린 것이다.

이틀 전으로 돌아가보자. 최동수는 26일 2차전 8회에 삼성 오승환으로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다 태그아웃되는 바람에 아쉽게 적시타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천하의 오승환을 상대로 안타를 친 것 자체가 대단했다. 최동수는 3차전을 앞두고 "오승환의 직구는 슉 떠오른다. 하지만 결국 그 직구를 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승환 학습효과'가 홈런을 불렀다

돌직구라 불리는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을 상대했던 최동수다. 그뿐만 아니다. 1,2차전에서 SK 타자들이 상대했던 삼성의 차우찬 안지만 등도 모두 145~150㎞ 직구를 뿌리는 무시무시한 투수들이다.

최동수는 이런 투수들을 직접 경험하거나 덕아웃에서 지켜본 뒤 저마노의 직구를 만난 것이다. 저마노는 커브가 굉장히 좋은 투수지만 앞선 광속구에 단련된 눈에는 만만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 첫경기에서 브라질과 상대한 뒤 두번째 경기에서 태국을 만난 셈이다.

최동수는 아예 '받쳐놓고 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배트를 돌렸다. 히팅포인트가 극단적으로 앞에서 형성됐고 그 결과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홈런이 됐다. 오승환에게서 안타를 뽑아낸 최동수에게 저마노의 직구는 먹음직한 먹잇감이었다.

저마노가 먼저 알았다

이날 최동수가 홈런을 치는 순간, 마운드에 있던 저마노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마노는 딱 하고 타구가 솟구치는 순간 약간 걸어나오며 잠시 땅을 쳐다봤다. 잠시 후에야 고개를 들어 타구를 바라봤다. 이미 체념한 듯한 반응이었다.

때론 타자보다 투수가 홈런을 먼저 직감한다. 그다지 위력없는 직구를 던졌는데 그게 스트라이크존 윗부분으로 향했다. 타자들이 좋아하는 코스였다. 실투다.

게다가 투수는 타자의 배트 나오는 각도를 제일 정확히 볼 수 있다. 자신이 던진 공과 배트 각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 찰나의 순간이지만 홈런임을 직감하고 속으로만 '악' 소리를 지른다. 이날 저마노가 그랬을 것이다.

이처럼 3차전에서 나온 최동수의 홈런은 맞는 순간 이미 관중석으로 가기로 예정돼있던, 아주 잘 맞은 한방이었다. SK에게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준 홈런이기도 하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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