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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의 어필, 송은범을 향하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10-28 21:42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2사 2,3루 삼성 진갑용 타석때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하고 있다. 송은범은 돌아서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0.28/

어필은 전략이자 메시지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어필의 기능은 더욱 다양해진다. 고도의 심리전이 내포돼 있다. 상대팀의 교란 뿐 아니다. 때론 자신의 팀원들을 위한 어필도 있다.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삼성 간의 한국시리즈 3차전. SK 이만수 감독이 이례적인 항의를 했다. 0-0이던 4회초 삼성 공격 2사 2루. 진갑용 타석에서 2구째 144㎞의 바깥쪽 빠른 공이 볼 판정을 받자 이만수 감독이 전광석화처럼 덕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나광남 주심에게 3분여간 항의를 했다. 내야 심판조도 홈 플레이트 뒤로 모였다. 임채섭 3루심 등 심판들이 힘을 합쳐 이 감독을 설득했다. 어필은 길지 않았다. '빅 스마일 맨' 이 감독은 화 난 표정은 아니었다. 베테랑 심판진의 성의 있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1 한국시리즈 삼성과 SK의 3차전 경기가 열렸다. 4회초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나광남 주심의 볼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kyungmin@sportschosun.com / 2011.10.28.
스트라이크 존은 어필 사항이 아니다. 주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번복될리 만무다. 당연히 어필이 격하면 경고에 이어 퇴장 사유가 된다. 어필이 있었다고 스트라이크 판정이 다음 플레이 때 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주심의 자존심을 자극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심판들은 고유의 스트라이크 존이 있다.

그렇다면 이 감독의 어필은 순간적 흥분 탓이었을까. 아니었다. 마운드에 선 SK 선발 송은범을 위한 고도로 계산된 행동이었다.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송은범이 3회초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리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1.10.28/
3회까지 매이닝 출루를 허용했던 송은범은 투구수가 많았다. 진갑용에게 던진 2구째는 73구째였다. 팔꿈치 부상을 정신력으로 누르고 마운드에 억지로 서있는 투수. '3차전에서 지면 끝'이라는 벼랑 끝 심정으로 나선 송은범은 부담이 컸다. 내일이 없으니 초반부터 전력 투구를 했다. 지칠대로 지치고 구위도 살짝 떨어질 시점이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투수를 소모하고 올라온 SK로선 대안이 없었다. 윤희상의 어깨 통증으로 롱릴리프 고든마저 선발로 전환시킨 상황. 필승카드 정대현 정우람을 올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었다. 결국 송은범이 5회까지 버텨주는 '기적'같은 정신력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송은범으로선 '한계상황'에서 이만수 감독이 자신의 편이 돼주기 위해 뛰쳐 나온 셈이다. '넌 잘 던지고 있어'라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지친 몸을 극복할 수 있는 아드레날린 분비의 계기가 될만한 장면이었다.

송은범은 결국 5회까지 무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하며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송은범을 위한 이만수 감독의 어필 속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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